Blog Season 1 종료/ㄴ 독서

(독서) 요 네스뵈 / 박쥐

Joey 2018. 10. 1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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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의 박쥐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중 첫번째

2018년 3월 12일의 독서 기록

 

 

 

 

추리,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작품 추천을 위한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는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이란 책의 머릿말에 아래와 같은 글이 있다.

 


 

 

빙글빙글 도는 회전목마 위에서 미친 듯이 서로 총격전을 하며 다투는 광경. 어디로도 갈 수 갈 수 없고, 빠져나갈 수도 없는 세상 안에서 우리는 죽을 듯이 싸우고 있다. 내가 상대방을 죽인다 한들, 내가 있는 곳은 그 회전목마 안이다. 어디로도 갈 수 없고, 무엇도 될 수 없는 허망함, 무력감, 절망감 그리고 쓸쓸함. 하드보일드는 이 세상이 너무나도 비정한 곳이라고 말한다. 나 하나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독하게 견고한 세상이라고.


하지만 하드보일드는 단지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드보일드는 살아남은 자, 아니 살아가야만 하는 자의 서서다. 아무 것도 줄 수 없다 해도, 미로를 헤매는 즐거움은 존재할 수 있다. 이 끝없는 미로의 출구가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한 가닥 희망만은 간절하게 남아 있기에. 그게 하드보일드의 비극적인 세계관이다. 알 수는 없지만, 믿을 수도 없지만 지금 이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만 한다......

세상은 잔인하지만, 무한한 경이를 품고 있는 곳이다. 그것을 외면할 필요도 없다. 즐겁게 살고, 다만 이 비정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차갑고 딱딱하다고 해서 인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즐겁다고 해서 고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하드보일드는 냉정하게, 이 세상의 법칙을 알려준다. 결코 외면하지 말고, 환상에 빠지지 말고 살아가라고 충고해준다. 그리고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것이 내가 여전히 '하드보일드'에 매료되어 있는 이유이고,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무자비한 세계를 미스트리를 통해 들여다보고,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기 위해서.

 


 

 

어떤 매력 때문에 하드보일드, 스릴러 류의 소설에 내가 이렇게 푹 빠져드는 지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글이었다. 물론, 잘 짜여진 구성 속에서 예측하지 못한 반전이 주는 짜릿함, 재미의 요소를 절대 무시할 수 없겠지만, 가끔은 주인공의 피폐한 심정에 너무 공감해서 책을 읽던 중에 악몽을 꾼다거나 심리적으로 피로감을 느낄 때도 종종 있다. 그래도 또 이런 책들을 찾아 읽어왔다. 오히려 일상에서의 피곤함이 커질 때 이런 소설에 더 집착했었다. 말이 안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소설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현실의 피곤함을 이길 수 있는 희망을 찾으려고 했던게 아니었을까.

 

 

새로 번역, 출간될 요 네스뵈의 작품을 기다리며, 해리 홀레 시리즈의 첫 편부터 다시 읽기를 시도해 보던 중,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이런 류'의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할 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봤다. 물론, 위 책의 저자처럼 멋진 서평, 독후감을 남길 능력도 없고, 그럴 의도를 가지게 된 것도 아니지만, 하드보일드 소설이 재밌게 와 닿는 진짜 이유를 찾은 기분이었다.

 

 

요 네스뵈의 박쥐

스노우맨을 시작으로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 중, 첫번째 이야기 '박쥐'를 다시 읽어봤다.

 

처음 읽었을 때는 국내에 먼저 소개된 "스노우맨"이나 "레오파드"와 다른 느낌을 주는 해리 홀레의 모습에 대한 어색함, 약간 부족한 번역으로 재미를 찾지 못했었다. 하지만, 나이 들고 피폐해진, 스노우맨이나 레오파드에서의 해리 홀레와는 다른 젊은 날의 모습을 보는 재미와, 내용, 결론, 반전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복선들을 찾아 읽어가는 재미에 처음보다 훨씬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다.

 
몇가지 기억나는 점들을 기록해 보자면,


| 최근 작에서 보여지는, 사회성이 떨어지고 피폐한 성격의 해리 홀레와 다른, 다소 평범한 강력반 형사 캐릭터로서의 해리의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 호주의 길지 않은 역사 속에서, 자기 자리를 빼앗긴 원주민(어보리진)이 이민자, 침략자, 정복자인 백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녹여내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가벼운 이야기 거리가 아니지만, 장편 스릴러 소설에서 하나의 중심 주제로 잘 녹여낸다. 해리 홀레 시리즈 중 "레드 브레스트"에서도 작가는 2차세계대전 전후 노르웨이의 역사를 스릴러의 중심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적이 있다.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며 당사자들의 시각과 자신의 관점을 녹여낼 수 있는 점들이 다른 스릴러 작가들과 요 네스뵈를 차별화시키는 요소가 아닐까.

 

| 얼마 전 조선일보에 실린 요 네스뵈의 인터뷰를 보면, 왜 소설을 쓰는지 작가가 답변한 부분이 있다. (https://news.v.daum.net/v/20180302030524389)

"나는 자료 수집가나 연구자가 아니라 소설가다. 소설가는 통찰을 담아 인간과 사회를 써야 한다. 진실한 글을 쓰고 싶다. 그래서 매일 아침에 일어나 끼적이고 있는 것이다."

왜 역사와 사회문제가 요 네스뵈 이야기의 중심 축이 되는 지 알 법하다.

 

| 첫 소설인 "박쥐"에서도 엄청난 이야기 꾼 임을 증명해 냈고, 그 이후 후속작들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어느 하나 실망스럽거나 재미없는 작품이 없다. 이렇게 꾸준히 독자를 즐겁게 하는 작품을 계속 써나갈 수 있음이 대단하다(최근 재미를 붙인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들도 대단하다. 반면, "사무엘 비외르크"는 대단했던 첫 작품에 비해 두번째 작품이 너무나도 실망 스러워서, '운'을 넘어 '실력'의 영역까지 나아가지 못함이 아쉬웠다)

 

| 작품 중간에 호주 경찰 수사관 중 한명으로 "용수"라는 인물이 나온다. 분명히 한국 이름이지만 중국계 호주인으로 묘사된다. 작가가 호주에서 만나본 수많은 사람들 중 한국 사람 한명에게서 영감을 받은 캐릭터와 이름이라고 생각되는데, 소설 속에서는 중국인으로 묘사된다. 호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 깊이있는 이해를 보여준 것과는 달리, 소설 속 엑스트라로 등장하는 배역이라고 하더라도 잘못된 국적 배경을 설정한 점에서 요 네스뵈의 아시아인에 대한 몰이해가 아쉽다.

 

 

 

국내 출간된 순서대로 해리 홀레 시리즈를 읽다보면 '박쥐'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진다. 상당히 다른 캐릭터로 와 닿는다(물론, 번역가가 다른 점도 상당한 이유가 될 것임). 하지만, 국내 출간 순서대로 읽어 본 뒤, 원래의 출간 순서를 찾아 다시 읽다보면, 오랜 시간동안 여러 사건들을 겪으면서 변해가는 해리 홀레의 삶, 성격 변화가 읽혀진다. 또 다른 재미다.

 

 

요 네스뵈를 좋아한다면, 아래 내용을 참고할 만 하다.

 

해리 홀레 시리즈 순서

 

박쥐

바퀴벌레 -- 2016/11/27 - [남편의 생각/독서] - 요 네스뵈의 바퀴벌레. 젊은 날의 해리 홀레

레드 브레스트

네메시스

데블스 스타

리디머

스노우맨

레오파드 -- 2012/11/09 - [남편의 생각/독서] - [추리/스릴러] 요 네스뵈의 "레오파드"

팬텀

 

 

해리 홀레 시리즈 외, 국내 출간된 요네스뵈의 스릴러 소설

 

아들 -- 2015/12/29 - [남편의 생각/독서] - 강추 스릴러 소설! 요 네스뵈의 '아들' / 2016/11/14 - [남편의 생각/독서] - 요 네스뵈 '아들' - 추리소설 두번 읽기의 즐거움

블러드 온 스노우 -- 2016/04/18 - [남편의 생각/독서] - 요 네스뵈의 신작 단편, 블러드 온 스노우

미드나잇 선 -- 2017/10/08 - [남편의 생각/독서] - (스릴러 소설) 요 네스뵈의 단편 미드나잇 선

헤드헌터

 

 

출간 예정인 작품

 

맥베스 -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영감을 얻어, 현대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라고 한다. 어떤 내용일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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