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Season 1 종료/ㄴ 독서

요 네스뵈의 바퀴벌레. 젊은 날의 해리 홀레

Joey 2016. 11. 2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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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의 '바퀴벌레'


리 홀레 시리즈 중 두번째 이야기라고 한다. (국내 출간된 것 중 두번째인지 아니면 전체 해리 홀레 시리즈 중 두번째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야기 초반, 해리의 여동생이 폭행당한 사건을 해결하려고 해리가 집착하는 장면이 있는데, 국내 출간 전작인 박쥐에서는 그런 내용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촘촘하게 이야기를 엮어가는 요 네스뵈의 스타일 상, 갑자기 여동생 폭행 이야기를 중간이 끼워넣지는 않았을 것 같아, 박쥐와 바퀴벌레 사이에 다른 편이 하나 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접한 해리 홀레 시리즈인 스노우맨이나 레오파드 등과 비교하자면 확실히 소설의 느낌이 다르다. 하지만 박쥐에 비해서는 훨씬 다른 해리 홀레 시리즈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박쥐에서는 이야기 내내 술에 취해, 알콜 중독과 싸우는 해리의 모습이 로렌스 블록의 '무덤으로 향하다'라는 소설의 주인공이 사건과 더불어 술과도 싸우는 모습과 무척 비슷했다. 촘촘한 사건 구성을 따라 범인을 쫓아가기 보다는 독자 입장에서 해리의 내면과 계속 나가는 느낌이 강했다. 최근 작인 스노우맨이나 레오파드 등은 성마른 성격을 갖춘 해리의 내면과 부딪힐 일은 별로 없었다. 많은 등장인물들과 촘촘한 사건들을 쫓아가는데 집중하게 되는 이야기 들이었다. 

바퀴벌레는 박쥐와 다른 해리홀레 시리즈의 중간 정도에 있는 작품인 듯 하다. 해리 홀레는 술을 끊었고, 사건에 보다 집중한다. 전작 박쥐에서 연쇄살인범을 겪고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경험을 했지만, 마음이 말라 붙지는 않았다. 그냥 유능하지만 고집이 세서 주변과 잘 타협하지 못하는 괴짜 형사일 뿐이다. 자기 파멸적이지도 않다. 아직 잃은 것이 많지 않은 상태다. 그러다보니, 소노우맨 - 레오파드 - 레드브레스트 - 네메시스 - 데빌스스타를 하나하나 읽어온 해리 홀레 시리즈의 팬으로서는 해리가 너무 유순해 보이기까지 한다. 나름 잔인한 성격의 범죄자 조차도 '이 정도면 착하구만......'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시즌이 더해가면서 범죄의 강도도 점점 세지는 시즌제 범죄 미드를 최근 시즌을 먼저 접한 뒤 첫 시즌을 보는 느낌이다)

이야기의 전개도 약간은 다르다. 차근차근 '기-승-전-결'을 밟아나가게 아니라 책의 80% 정도를 '기'에 할당한 뒤에 나머지 20%에서 승전결로 마무리짓는 느낌이다. 진짜 범인이 아닌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의심하게 만들어서 반전을 이끌어내는 방식도 약간 허술한 느낌이다.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조금 아쉽다. 출판사가 이런 점들을 잘 고려해서, 영민하게 번역판 출간 순서를 잘 잡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이렇게 아쉬움이 많다고 말하긴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재밌는 책이라는 점이다. 다른 해리 홀레 시리즈나 요 네스뵈의 소설처럼, 읽던 중에 책을 내려놓지 못해 다음날 회사에서 몹시 피곤하거나, 기차에서 한참 책을 읽던 중, 종착역에 도착해서 책을 그만 봐야하는 순간이 너무 아쉽거나 하는 정도는 아닌데, 충분히 재밌는 책이다. 마지막 범인을 가르키는 사건 뒤의 반전에 황당해 하는 정도가 조금 약하긴 하지만 충분히 재밌는 책이다.

재미없는 책을 재밌다고 강조하기 위한 수사가 아니라 정말 재밌다. 행여나 이 포스팅을 읽는 분들이 오해하지 않으면 좋겠다. (다른 이야기들의 자극이 너무 세서, 바퀴벌레가 해리홀레 시리즈 중에 좀 약하다고 표현을 해야할까. 조미료가 좀 덜 들어가서 감칠맛이 좀 떨어진다고 해야할까......) 

사실, 해리 홀레 시리즈 중 첫 작품인 박쥐는 정말 별로였다. (번역의 문제도 있다. 문체가 이전에 출간된 해리 홀레 시리즈와 너무 다르기도 했다) 만약 박쥐가 요 네스뵈의 첫 작품으로 한국에 소개되었다면, 다른 작품들의 판매량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바퀴벌레는 그렇지 않다.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잘 쓰여진 스릴러 소설이다.


이제는 요 네스뵈의 패턴에 좀 익숙해 진 것 같다. 하지만 계속 이 사람의 책을 읽을 용의가 있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7~8권 정도 보고 나서는 그만 읽게 되었지만......)


이전에 읽은 요 네스뵈 책들 이야기

2012/11/09 - [남편의 생각/독서] - [추리/스릴러] 요 네스뵈의 "레오파드"

2015/12/29 - [남편의 생각/독서] - 강추 스릴러 소설! 요 네스뵈의 '아들'

2016/04/18 - [남편의 생각/독서] - 요 네스뵈의 신작 단편, 블러드 온 스노우

2016/11/14 - [남편의 생각/독서] - 요 네스뵈 '아들' - 추리소설 두번 읽기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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