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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 '아들' - 추리소설 두번 읽기의 즐거움

Joey 2016. 11. 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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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의 "아들" 다시 읽기


결론 아는 추리소설 다시 읽기

결론을 알고 읽는 추리소설이 무슨 재미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맞다. 추리소설, 스릴러 소설, 물론 영화도 포함된다. 결론을 알고 보면 재미 없다. 그래서 모두들 예고없는 '스포일러' 분노하지 않던가.

 

그런데, 결론을 안다는 것의 관점을 조금 바꿔서 생각해보자. 처음 접하는 이야기의 결론을 누가 미리 알려줘서 아는게 아니라(예를 들자면 식스센스 영화를 보기시작했는데 옆에서 친구가 '쟤가 귀신이래' 라고 말해준다면. 절교를 선언해도 되지 않겠는가), 정말 재밌게 영화, 또는 소설의 결론을 알고 있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그리고 영화나 소설을 다시 본다고 관점을 바꾼다면 어떨까.

 

완전히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있다. 이야기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는 작은 단서들, 처음 읽을 때에는 놓칠 수 있는 사소한 대화, 등장인물 간의 작은 긴장감. 알고 있는 결론 덕분에 이야기의 구석 구석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이런 즐거움 때문에 재밌게 봤던 영화나 소설은 다시 보는걸 좋아한다.


 

요 네스뵈의 멋진 추리소설, "아들"을 다시 읽다.


과중한 회사 업무 때문에 힘든 주였다. 무언가 스트레스를 있는 수단이 필요했고, 책꽂이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던 네스뵈의 "아들"이라는 소설이 좋은 수단이 거라고 생각했다. (지난 번 독서 기록: 2015/12/29 - [남편의 생각/독서] - 강추 스릴러 소설! 요 네스뵈의 '아들'주말 동안 시간이 때마다, 한줄 한줄 다시 읽어 나갔다.

 

처음 읽을 때와는 달리, 발음하기 어렵고 머리 속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 북유럽 사람들의 이름때문에 힘들 필요도 없이, 이야기의 전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책장을 넘길 필요도 없이 한줄 한줄 다시 읽어 나갔다작가가 영민하게 구석구석 숨겨둔 작은 단서들, 서둘러 읽으면서 놓쳤던 장면들이 선명하게 다시 들어왔고, 이미 알고 있는 결론을 맞춰 나가는 하나의 놀이처럼 즐길 있었다. 주인공 소니가 처음 감옥에서 왜 그런 삶을 살고 있는지 이유를 알고 있어 조금 더 깊은 공감을 가질 수 있었다. 시몬 형사의 자리 주변을 청소하는 쌍둥이의 엄마가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도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거듭 느끼는 것이지만 재미있게 잘 써진 이야기다. 그간 봐 왔던 해리 홀레 시리즈와는 확실히 다른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들, 빠른 이야기 전개와 계속되는 반전의 부담을 덜어내고 다시 천천히 읽는 과정에서 아쉬운 점들도 분명히 눈에 들어온다. 가령 쌍둥이라는 절대악의 존재가 너무 과하게 설정되어 있다거나 (지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모든면이 완벽한 악당이지만, 오슬로의 어둠을 지배하는 자리에 올라가는 모든 과정이 생략된, 히어로 무비에서나 볼 만한 "그냥" 절대 악당), 반전을 만드는 아주 중요한 연결고리가 생각보다 엉성하게 느껴지는 점 (결론을 알고 봐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등.


그래도.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다. 



몇가지 생각에 남는 점들.


1. 요 네스뵈가 한국 스릴러 영화를 몇편 본 게 아닌가 싶다. 마약 거래상을 묶어두고, 선풍기 바람으로 마약을 날려서 질식해서 죽게하는 장면은 '아저씨'의 원빈이 약쟁이들로부터 어린 아이들을 구하던 장면을 떠오르게 하더라. (한국 영화의 느낌이 나는 다른 장면도 하나 더 있는데 왜 기억이 안날까......)


2. 혹시 쌍둥이가 시몬의 아들은 아닐까.


3. 왜, 요 네스뵈의 소설을 아무도 영화로 만들지 않는 걸까. (스노우맨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판권을 샀다는 이야기가 4~5년 전에 있었는데, 아무 진전이 없나보다)


4. 매력있는 캐릭터 소니를 살려서 후속편을 쓸 수 없는 이야기라는 점이 아쉽다.


5. 해리 홀레를 이 소설에 등장시키고, 해리 홀레와 친한 선배 형사 중 한 명에게 '시몬'의 역할을 맡겨서, '아들'도 해리 홀레 시리즈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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