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제대로 배워본 적 없고, 이런 책, 저런 책 보면서 흉내내고, 인터넷 뒤지면서 재미삼아 해 보는 짓이기는 하지만, 아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기본에 충실하고, 인위적인 맛을 내는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가급적이면 좋은 재료를 쓰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금방 요리해서 가장 맛있는 순간에 함께 먹는 것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는 비결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런 잡다한 요리 지식과 마인드는 박찬일 셰프의 책과 즐겨보는 요리 프로들 몇가지에서 깨달은 것들이다.
내가 참 좋아하는 요리 블로거(요리 블로거라고만 규정 짓기에는 종종 흥미로운, 진지한 글들을 올리기도 하시는)인 "뉴욕의 쿠킹하는 사회주의자"의 블로그(http://blog.naver.com/frankbyon)에서 마음에 쏙 들고 공감가는 글 한구절을 보고서 옮겨둔다.
요리는 하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선천적으로 DNA안에 "요리"라는 문신이 태어날때부터 박혀 있거나,
"나도 요리 한번 해 볼까......"하고 한번 시도해 본 음식이 맛이 있어야 한다.
옆에서 맛있다고 보내는 찬사는 꼭 필요한 옵션이고.
그러면, 조금씩 재미가 생기기 시작하고
어느 수준이 되면 어려운 음식에 도전해 보게 되는데.....
(http://blog.naver.com/frankbyon/120172124651)
[출처] 우리가 좋아하는 카레는 일본스타일|작성자 쿠킹하는 사회주의자
내가 저런 경지라는 것은 아니고, 몇가지 파스타는 정말 맛있게 만들 자신이 있고, 가끔 어설픈 식당에서 내어놓는 파스타를 마누라님과 같이 먹으면 내가 만든게 더 맛있다는 소리를 듣는 정도. 하지만 내가 가본 범위 내에서 이름난 식당에서는 아마추어가 범접할 수 없는 벽이 있다.
야채들과 베이컨은 적당한 사이즈로 썰어두고, 마늘은 편으로 썰거나 으깨어 둔다.
토마토는 십자홈을 살짝 내어주고, 뜨거운 물에 잠시 목욕을 시켜 껍질을 벗긴 후(한 10초면 충분하다. 손댈 위험이 있으니 조심해야 하긴 하지만, 홀라당 벗겨진다), 잘라서 물컹한 씨앗 부분을 모두 제거하고 작은 주사위처럼 썰어둔다.
토마토 껍질을 벗길 때, 물을 끓이고, 끓는 물에 5~10초간 담궈두면 된다고 하는데, 쉽게 하려면 위에처럼 보울에 담아두고, 전기포트로 물을 끓여서 부으면 된다. 냄비, 가스랜지... 귀찮으니까..
그다음, 파스타 면을 삶을 물을 끓여준다. 중요한 건 파스타를 삶을 때, 물에 소금간을 충분히 해야한다는 점. 밥숟갈로 한숟갈 푹~~~ 1리터에 1큰술... ㅋ 2리터면 2큰술.... 3리터면... ...
적당히 요리에 익숙하다면, 물을 올리고, 야채를 볶으면서 소스를 준비하는 중에 물이 끓으면 면을 넣고 삶으면서 야채볶는 일을 계속하는 순으로 진행하면 된다.
참 의미없는 사진이지만, 면 삶는 사진 한컷. 알덴테가 몸에 좋단다. 이 파스타는 면을 건져서 소스 겸 야채와 한번 더 볶아내는 방식이니까, 파스타 면 봉지에 적혀있는 시간보다 1분 정도 덜 삶아주면 된다. 무조건, 아주 샌불로.
야채 볶는 사진도 한컷 투척.
여기서도 중요한 포인트 한가지는, 올리브오일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써도 된다. 오일 자체가 소스가 되는 요리이니까. 그리고 처음에 야채들을 볶기 전에, 오일을 낮은 불로 가열하고, 계속 은근한 불로 마늘이 노릇노릇해 질때까지 볶아서 충분한 향을 내어주는 것. 아무것도 아닌것 같은데, 맛이 정말 달라진다.
예전에, 호주에서 홈스테이를 잠시 할 떄, 동내 이탈리아 식당 앞을 지나가는데, 올리브오일에 마늘 볶는 냄새가 얼마나 향기롭게 느껴지던지...... 암튼 이건 좀 중요한 것 같다.
마늘향이 충분히 우러나면, 불을 조금 세게 해서, 베이컨, 양파, 파프리카 먼저 좀 볶다가 가지도 넣어서 함께 볶는다. 소금, 후추간 적당히 하면서...... 베이컨이 짜니까, 소금은 적당히 맛을 보면서. 야채들이 어느정도 익으면, 썰어둔 토마토를 넣고, 바질가루를 뿌린 뒤에 좀더 볶아준다.
이정도 진행될 무렵에 면이 다 익을 것이고, 그러면 면을 건져서 팬으로 옮기도 면 삶던 물(흔히 말하는 스톡, 육수가 있으면 좋겠지만 면 삶던 물로 충분하다)을 두어큰술 팬으로 부어준 뒤에 센 불로 빠르게 볶아낸다. 볶는다기 보다는 면과 야채, 오일 등을 잘 버무린다는 느낌이 맞을 것 같다.
잘 버무려지고 면에 속속들이 오일이 발라진, 파스타 드라마에서 말한 것 처럼 소스로 면이 잘 코팅이 되면 불에서 내린 후, 접시에 옮겨 담고 맛있게 먹는다.
신선한 파슬리(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파슬리와는 다른 걸 쓴다는데.... 이탈리안 파슬린가?? 당최 구할 수도 없고, 본적도 없고)가 있다면 다져서 뿌려주면 이쁘고 +a의 맛을 주겠지만, 없으니까 패스.
아..... 파마산이나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갈아서 뿌려주는 것도 좋겠군. 깜박 했네.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딱히 토마토 소스 없이, 오일만 소스 삼아 먹더라도 베이컨과 토마토(그리고 바질)가 감칠맛을 준다. 오일 파스타에 익숙치 않아도 한번 도전해서 먹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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