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Season 1 종료/ㄴ 요리와맛집

(합정 맛집) 옥동식 - 돼지곰탕. 국물이 끝내줌. 돼지국밥 아님.

Joey 2017. 6. 2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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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 맛집 - 옥동식


돼지국밥 말고 돼지곰탕

페이스북에서 친구 누군가가 좋아요를 누른 글에서, 합정에 엄청난 맛집이 생겼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름이 특이하다. "옥동식"이라고 한다. 그런데 메뉴도 생소하다. 돼지 "곰탕"이라고 한다. 버크셔라는 품종의 돼지고기의 특징을 한참을 설명하고는, "옥동식"이라는 이름의 셰프가 운영하는 "옥동식"이라는 이름의 합정에 새로생긴 맛집에서, 엄청난 국물 맛의 돼지곰탕이라는 메뉴를 새로이 만들어 냈다고 극찬을 하는 글이었다. 글을 쓰는 폼이 홍보를 하려고 덤벼드는 어설픈 블로거의 모습이 아니다. 제대로된 음식의 평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찾아보니 회사에서 걸어서 1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다. 소문나서 붐비기 전에 한번 찾아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100그릇 한정 판매

점심 때 세번, 저녁 때 한번을 찾아가 봤고, 두번은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발을 돌려야 했다. 처음에 갔을 때는 식당 안 주방에서 바삐 일하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만, 문에 내부 사정상 하루 휴업한다는 글이 붙어 있었다. 왠지 국물 맛을 내는데 실패하여 문을 닫은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더 큰기대를 갖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두번째, 세번째는 모두 성공했다. 사람이 많지 않을까 걱정하며 사무실에서 점심시간보다 약간 빨리 나섰지만, 두번 모두 이십분 정도 밖에서 길게 줄을서서 기다려야 했다. 

식당 자체가 크지 않다. 테이블은 없고, 주방을 마주한 긴 바형테의 자리만 있다. 한 20여석도 되지 않는 공간이었던 것 같다. 메뉴 자체가 국밥 한 가지라 주문과 조리에 시간이 걸리지 않고, 국밥이라는 음식 자체가 먹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음식이 아니라, 그나마 긴 줄에도 불구하고 바쁜 점심시간을 쪼개서 맛이라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실패했던 다른 한번은, 처음 이집에 같이 갔다가 가게 문을 열지 않아 식사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동료와 저녁에 다시 찾았을 때다. 국밥 매진되었다고 문에 붙어있더라. 저녁 메뉴는 없는건가 싶어서 식당 앞에서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푸근한 인상의 셰프님을 만나게 되었다. 국밥은 100그릇만 한정 판매하다보니, 항상 점심때 매진된다고 한다. 저녁에는 술상으로 코스 요리를 판매하는데, 예약제로만 운영하고, 6월말 까지는 예약이 완전히 가득찼다고 한다. 7월부터는 예약 없이 손님을 받을 거라고 하며, 점심때 다시 오거나, 저녁에 오려면 7월 이후에 오면 좋겠다고 한다. 같이 간 동료가 무척 아쉬워한다. 그나마 곰탕 맛이라도 본 나는 덜 아쉬웠을까....... ㅎㅎ 그래도 아쉽더라. 아직 두번밖에 못먹어봐서. 

참고로, 저녁 요리는 아래 링크에 어떤 분이 좋은 글과 사진으로 잘 정리해 주셨으니, 한번 참고해 보시는게 좋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저녁에 꼭 한번 가 보고 싶다.

https://brunch.co.kr/@foodenjoy/155


돼지국밥, 곰탕, 돼지곰탕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다. 돼지고기는 국밥이라는 단어와 어울린다. 걸쭉하고 뽀얀 국물에 새우젓, 부추무침을 약간 곁들여 한그릇 후루룩 먹고나면 반나절은 배가 더부룩한, 돼지국밥이라는 음식이 돼지곰탕 이라는 조합보다는 훨씬 편안하게 들린다. 머릿고기 한접시와 곁들이기 좋은 순대국밥도 돼지국밥의 이웃사촌으로 꽤 익숙하고 편안한 단어 조합이다. (순대국밥이라는 메뉴에 합정 맛집으로 빼놓기 어려운 집이 하나 더 있다. 합정순대국이라는 집이다. 나중에 사진 찍어 따로 포스팅을 한번 해야겠다)

곰탕이라는 단어는 국밥보다는 좀 더 정성스럽게 끓여낸 음식이라는 인상을 준다. 일반 가정에서 큰 맘먹고 끓여내는 보양식 이기도 하고, 대학가 하숙집에서는 끓여낸 첫날 하숙생들을 불러 모으는 인기 메뉴이자, 고기없이 사골만 우려내 가며 한달동안 하숙집 아주머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효용성 높은 음식이기도 했다. (정말이다. 하숙하던 시절 한달동안 사골국물만 먹었던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하동관이라는 식당의 곰탕을 접하고, 밖에서 사먹는 곰탕이 엄마의 곰탕 수준의 맛을 낼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었다. 고기보다는 뼈가 우선이된 뽀얗고 밍밍한 느낌이 국물이 아닌, 기름기 가득하고 감칠맛이 넘치는 약간 투명한 느낌의 곰탕국물. 집에서 곰탕을 끓일 때면, 뼈를 더해서 몇일 더 우려먹을 준비를 하기 전, 하루 이틀 정도 맛볼 수 있는 가장 맛있는 단계의 곰탕맛을 가장 좋아했는데, 그런 맛의 곰탕을 끓여내는 집이 잘 없었다.


옥동식의 돼지곰탕

옥동식의 돼지곰탕이라는 메뉴는 돼지와 곰탕이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 조합의 어색함을 쉽게 떨쳐버리게 해 줬다. 깍두기, 갓김치, 고기를 찍어먹는 양념과 같이 곰탕 한그릇이 차려진다. 모양새를 보면 국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그냥 곰탕이다. 국물 맛을 봐도 그렇다. 돼지국밥이라는 단어가 안어울리는 맛이다. 그냥, 하동관에서 먹어본 (소고기) 곰탕 맛이다. 맑고 부드러운 감칠맛이 가득하다. 얇게 져며 나오는 고기에도 같은 기대를 하게 된다. 차림새와 국물 맛에서 곰탕을 느껶기에 부드럽게 씹히는 곰탕에 곁들여진 소기기를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고기에서만은 이 요리가 돼지고기 요리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흔히 먹는 돼지고기 수육보다도 좀 더 퍽퍽한 느낌이다. 얇게 저며 나오지만 그 식감이 부드럽지는 않다. 하지만 김치, 양념, 고기의 적당한 지방부위 등 조합이 좋다. (김치맛은 개인 취향과는 약간 달라서 아쉬웠다. 깍두기가 조금만 덜 시었으면 좋았을텐데......)

바쁜 점심시간에 20분을 기다려, 10분만에 후딱 먹고 나온 한 그릇이지만, 무척 즐거웠다. 처음 시도를 같이 했던 동료의 만족도도 높았고, 맛있는 음식 좀 찾아 먹는다는 두번째 방문 때 동료의 평도 좋았다. 

점심 때 지나가는 길에 줄이 좀 짧다면 분명히 들릴 것이고, 저녁의 술상도 기회가 된다면 꼭 시도해 볼 계획이다. 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끝내주는 국물과 밥 한끼 잘 먹을 수 있다. 좋다 이집.


맛집의 정의.

합정 맛집이라고 추천해 두고 싶다. 근처에서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 한달에 한두번씩은 꼭 생각나서 들리고, 손님이나 친구가 주변에 왔을 때 여기 한번 가 보자고 맘 편히 권할 수 있고, 누가 주변에 맛집 알려달라고 할 때, 여기 한 번 가 보라고 쉽게 추천할 만한 집이다.

물론, 맛은 주관적이므로 개인의 취향.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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