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Season 1 종료/ㄴ 하루 하루의 일들과 생각들

힘든 여름, 인간만사 새옹지마라......

Joey 2015. 8. 1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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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시작은 참 좋았다. 

연초에 계획했던 대로, 출장 다니며 쌓아뒀던 마일리지를 이용하여, 호텔, 항공권, 렌트카에 돈 한푼 들이지 않고 네 식구가 3박 4일간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한참동안 정신적으로 휴가 후유증에 시달릴 만큼 (후유증이란게 별거 아니다. 그냥 일하고 싫고, 모든걸 내려놓고 제주도 정착을 시도해 볼까 하던 쓸데 없던 생각이 계속되어 힘들었던게 후유증이었다) 즐거웠던 여행이었다. 



휴가에 돌아와 출근했던 첫 주도 대체로 괜찮았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함께할 파트너를 만나서 만족스러운 회의를 가진 후, 해외출장 계획을 같이 세웠고, 직장 동료와 지방 사업장을 방문해서 그간 머리를 아프게 하던 다른 업무에 약간의 진전을 만들어 냈었다. 그리고 계열사의 다른 동료와 퇴근 후 맥주한잔 나누며 연초에 마무리됐던 프로젝트의 회포를 뒤늦게 풀기도 했다.

1주일을 잘 보내고 일요일 오전 비행기로 출장갈 준비를 한참 하고 있던 금요일의 퇴근 무렵이었다.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고 느껴, 출장길이 쉽지 않을거라는 걱정을 미리 하고 있었는데, 파트너사로부터 갑자기 연락이 왔다. 출장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잘된 일인지, 잘 못된 일인지......

결과적으로는 잘 된 일이었다.

1주일 동안 나쁜 컨디션의 원인이 되었던 두통이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 결국 응급실을 찾았다. 두 아이는 큰집에 잠시 맡겨 두고서. 형도 해외 출장 중이라 형수님이 조카 둘, 우리아이 둘 총 네 꼬마들을 돌봐야 하는 민폐를 끼치는게 미안하지도 않을 만큼 머리가 아팠다. 피를 뽑고, CT 촬영을 하고 허리에 바늘을 꽂아 척수액도 뽑아냈다.

뇌수막염이라고 한다. 30대 후반의 나이가 되도록 내가 아파서 응급실에 와 본 적도 없었고, 입원을 해 본적도 없었는데, 기껏 두통 때문에 입원을 하라고 한다. 하긴, 하루 반나절동안 타이레놀 8알을 먹고도 계속 아팠으니, 입원하는게 그리 아쉬울 건 없었겠다. 암튼 입원을 했다.



다들 그러더라. 아파서 입원하는 건 몸에서 쉬라고 신호를 주는 거라고. 그래서 다 나을 때 까지 퇴원하지 말고, 다 나은 뒤에도 몇일 더 입원해 있으라고. 그런데, 입원이란게 못할 짓이더라. 어디 크게 다친것도 아니고 기껏 몸살기운에 두통 (물론 그 정도가 심하긴 했다) 때문에 침대에 누워있자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더라. 그래서 먼저 퇴원을 해 버렸다. 몇일 더 쉬고 출근했다.

참 웃긴게, 직장에 목을 매 달고 살아가고,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가장의 소소한 책임감이란게 사람을 참 피곤하게 만들더라. 마음 한 구석에서는 좀 더 쉬라고 하는데, 또 다른 구석에서는 얼른 출근해서 열심히 일 하라고 한다. 핑계되고 푹 쉴 수 있는 기간이었을지도 모르고, 정말 다 회복이 안된건지도 모르겠지만, 어느새 출근을 하고 있는 내가 참 안쓰럽기도 하고, 그 책임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회사의 직원으로서의 책임감 모두)이 대견하기도 했다.

회사에 복귀하니 작은 선물이 하나 있었다. 꽤 오랜 기간 동안 1인 팀으로 일했었는데, 아픈 동안 경력직 신규 직원을 한 명 채용했던 것이다. 새로운 동료가 생겼다. 몇일 같이 일해보니 인성 면에서나 업무 태도, 능력 등 다양한 면에서 맘에 드는 친구였다. 

그리고 월 초에 취소되었던 출장이 다시 기획되어 업무에 좀 더 진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도 보였다.

뇌수막염 때문에 입원했던 건 이런 일들을 위한 액땜이었나 싶었다. 다시 바쁘게 업무 챙기고, 출장을 준비하면서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출장 바로 전날, 항공권을 확인하고, 출장 서류를 챙기며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누라님이 울면서 전화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연로하시긴 했지만 두달 전에도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하며 생일파티를 할 만큼 건강하셨던 지라 너무 갑작스러웠다. 10시간 뒤에 출장 비행기에 올라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슬픈 것도 슬픈 것이지만 너무 경황이 없더라. 

부랴부랴 항공권을 취소하고, 함께 출장갈 동료에기 연락하여 필요한 준비사항을 교환하고 마누라님 고향으로 밤새 운전하여 내려갔다. 잘 보내드리고 돌아왔다.

7월 한달이 다 지나가 버렸다. 휴가, 입원, 상.

8월 시작은 괜찮았다. 7월이 정신없고 힘들었던 만큼 더 잘 보내야 할 것 같은 달이다. 새로 뽑은 직원과 손발을 맞춰 나가며 팀을 꾸려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녀석이 회사를 겨우 4주 다니고 나서 퇴사를 하겠다고 한다. 

내가 문제인지, 팀이 문제인지, 회사가 문제인지, 나가겠다고 하는 녀석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그냥 올해 여름이 문제인 것 같다. 

몸도 마음도 다 지쳐버린 여름이다.

좀 더 힘을 내야 하는 시점인데,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만 자꾸 늘어난다. Refresh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7월 초 제주도 여행이 Refresh 휴가 였다는 슬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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