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Season 1 종료/ㄴ 하루 하루의 일들과 생각들

주거래 은행을 바꾸게 된 사연 - 고객을 떠나게 하는 은행원의 작은 행동

Joey 2016. 1. 1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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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러 은행을 찾았다. 회사가 입주한 건물 2층에 회사의 주거래 은행인, B은행이 있어 편하게 은행일을 볼 수 있었지만, 하루 휴가를 내어 A은행을 찾았다.



굳이 A은행을 찾아간 이유

B은행 이용이 사실 합리적인 선택 이었을 지도 모른다. 전 직장에서 이미 예금, 급여통장, 대출 등 거래를 했었고, 회사 주거래 은행이라 여러모로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회사 바로 아래층에 있어, 급한 볼일이 있을 때 찾아가기도 좋다.

하지만, 굳이 A은행을 찾아갔다. 2008년도에 집을 살 때, 다른 은행보다 경쟁력 있는 담보대출 금리를 적용해 줘서 처음으로 A은행과 거래했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주 거래 은행으로, 자동이체, 급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던 상황이라, 기존 서비스를 다른 은행으로 바꾸는, 소위 소비자 입장에서의 "전환비용" 부담이 싫었던 것이 첫번째 이유였다. 두번째 이유는 "정이 들었다"는 비 합리적인 심리적 이유였다.

그래서 굳이 휴가날에 회사와 거리가 있어 앞으로 이용에 상당한 불편이 예상되는 집 앞의 A은행을 찾았다. 은행 입장에서는 로열티가 높고 (물론 내가 은행 수익에 기여하는 부분은 새발의 피 조차 되지 않겠지만), 게을러서 다른 은행으로 잘 옮겨갈 가능성이 낮은 호구와 같은 좋은 고객이 아닐까.



은행의 응대

항상 그렇듯이, 창구 직원들은 친절하다. 금리와 한도 상담을 해 주고, 기존에 급여이체와 주거래 실적이 있으니 금리조건은 나쁘진 않은 편이었고, 보험상품이나 카드 등 추가 금융거래를 한다면 추가로 금리 혜택을 주겠다고 한다. 마침 연말정산에 약간의 도움도 되고, 금리 혜택도 받을 수 있는 연금보험을 추가로 가입하겠다고 했다. 


보험 (은행말로는 방카 상품이라고 한다)을 담당하는 직원이 별도로 있어, 자리를 옮겨 상담을 이어갔다.

사실, 제시받은 금리가 B은행에 비해 0.5%정도 높았지만, 마이너스 통장으로 대출을 이용하는 기간이 얼마 되지 않기에, 로열티 높은 호구 고객으로서 A은행을 계속 이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보험을 상담해 주는 직원이 이런 기분을 망쳐버렸다. 2015년의 실적을 다 채워서 마감했으니, 2016년 초에 다시 은행을 찾아와서 대출 신청을 하라고 한다. 부탁을 드린다고 하면서 말했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고객님은 올해 실적에 도움되지 않으니 일단 돌아가세요"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내가 찾아간 집 앞의 A은행 지점은 직장과 거리가 있어, 평일날 찾아오기가 번거롭지만, 그간 주거래로 활용한 은행이라 굳이 휴가날 찾아온 것이며, 보험은 소액이라도 불입하여 올해 연말정산에 활용할 예정이라는, 개인적으로 필요한 상황을 설명했지만, 다시한번 2015년 실적 마감을 이유로 2016년 초에 찾아와 달라고 한다.

진상 고객이 되기 싫어서, 그냥 은행문을 나섰다.



배부른 은행원의 말 한마디가 오랜 고객을 떠나게 하다

정이 뚝 떨어지더라. 그날 은행 업무는 포기하고, 2016년 초에 회사 아래에 있는 B은행으로 가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고 (물론 A 은행보다 좋은 금리 조건으로. 부가적인 금융 상품 가입 없이), 급여 통장을 변경하고, 자동이체를 약간의 번거로움을 부담하면서 다 B은행으로 바꿨다. 약간의 정리만 더 거치면 A은행을 다시 이용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사람은 합리적인 듯 하면서도 상당히 감정적일 수 있다. 서비스의 "전환비용"이 크지 않고, 대체제가 많으며, 경쟁사가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이라면 (사실, A은행은 여러가지 이미지 광고도 하고 하지만, 지점수도 많지 않고, 개인 소매금융으로서의 이미지도 강하지 않은 곳이다), 감정적인 불편함이 쉽게 고객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

A은행 전체 입장에서는 (아주 작은 기여지만) 당연히 나와 같이 로열티가 높고 장기간 거래를 이어온 고객의 이탈이 반갑지 않을 것이다. 나의 은행 수익에 대한 기여도는 크지 않지만, 여기저기 입소문을 내고 다닐 수도 있고, 은행 이미지를 깎아먹는 사람이 될 수도 있으니...... 내가 찾아간 지점의 담당자 (방 안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봐서는 창구 직원보다는 직급이 높은 사람일 것이다) 입장에서는 2015년 실적은 다 채웠고, 연말에 바쁘게 업무 처리하기도 번거로울 테니, 내가 2016년 초에 얌전히 다시 찾아와서, 새해 실적을 채워주면 고마울 것이다. 공손한 말투로 부탁을 해 왔지만, 그 이면에 있는 계산과 고객에 대한 배려 없음에, 더 이상 A은행과 거래를 할 마음이 없어져 버렸다.


경영학 전공자로서, 갑/을 생활을 다 해보고 있는 입장에서, 경영이라는게, 사업이라는게, 장사라는게 쉬운게 아니라는걸 다시 느낀다.



잘 됐다. A은행이 기분 나쁘게 해 줘서 B은행으로 주거래를 바꿔서 더 편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으니, A은행 담당자에게 고마워 해야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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