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Season 1 종료/ㄴ 하루 하루의 일들과 생각들

우아하게 산다는 것, "심플하게 산다", "미니멀 라이프", "킨포크"

Joey 2014. 9. 14. 23:21
반응형

"심플하게 산다"와 "두 남자의 미니멀 라이프", "킨포크"

최근, "Simple", "Minimalism"과 "Zen" 이라는 단어에 매력을 느껴, 우아하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었다.

정의하기 애매한 면이 있지만, 내가 생각했던 "우아하게" 산다는 것은, 쫓기듯이 살지 않고, "잘 갖춰진 환경" 속에서 "여유있게" 원하는 것들을 해 나갈 수 있는 삶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은 책이,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와 "심플한 정리법", 그리고 조슈아 필즈 밀번, 라이언 니커디머스의 "두 남자의 미니멀 라이프" 였다. 



(책 표지 마저도 참 심플하고 미니멀 하며 우아하다)

부러움과 "나도 이들 같이 살 수 있을까" 라는 것이 처음 든 생각이었다. 몇주 간 "우아한 삶"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면서, 이 생각은 "팔자 좋은 인간들이 허세로 가득한 삶을 살고 있구나"로 바뀌어 갔다. 이 "인간"들이 늘어놓은 생각을 와이프와 이야기하다보면 어느새 결론은 "이 사람들은 애들이 없거나 다 컸을거야"로 바뀌어 갔다.

그리고, 자동차 보험 만기를 친절히 알려주는 우편물 속의 잡지에서 우연히 "킨포크 (Kinfolk)"라는 단어를 알게됐고, 이 또한 우아한 삶이라는 생각에 이런 저런 검색을 해 보았다. 같은 이름의 잡지에 대해 포스팅한 블로그에서, 내용 일부를 살펴볼 수 있었는데, "보그 병신체"가 아닌 "킨포크 오글체"라고 명할 만한 감성 충만한 문구를 읽을 수 있었다. 이 인간들도 애들이 없거나 다 컸을거야......


현실

사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3살 딸 (대부분의 아이들처럼 에너지가 넘치며 서로 사랑하지만 자주 싸우는)을 키우는 평범한 (아빠는 월급쟁이고 엄마는 육아로 직장을 그만둔 전업주부이며, 아파트 대출금을 매일 걱정하면서도 절대 절약은 하지 않는, 그리고 게으르기 까지 한 그런) 부모의 입장에서 여유있고 감성 충만한 삶을 추구한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인 것 같다.

그리고, "심플하게 산다" 라는 책에서 이런 말이 나오더라. "사실 심플한 삶에는 돈이 많이 든다". 그럴 것 같기도 하다. 아닐 것 같기도 하다. "좋고" "마음에 드는" 물건 들이 다 비싼건 아니니까, 가지는 것을 단순화 시키면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우아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가진 것을 줄이고 주변을 단순화 시키고 생각의 공간을 넓힐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의 삶은 바닦에서 지뢰처럼 튀어나오는 레고 블럭들과 장난감들, 어제 읽던 책을 찾기 위해선 책상과 책장을 오분정도 뒤적여 줘야하는 정리상태, 목이 다 늘어나서 흉칙하지만 잠옷으로는 더할나위 없이 편해서 버리지 못한 티셔츠, 일년넘게 고치지 않고 있는 목욕탕 수건걸이, 문을 열고 물건을 꺼낼때 마다 욕을 하지만 절대 정리하지 않는 벽장 등 심플하게 우아한 삶과는 먼 공간 속에서 이루어 지고 있다.

공간적, 물질적 우아함을 포기하고 정신적 우아함을 추구하려고 한다면, 회사에서는 그날 그날 업무에 허덕이는 무능함에 짜증을 느끼고, 집에 와서는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이뻐야 할 마누라님과 아이들에게 친절하지 못한 내 자신 때문에, 정신적 우아함도 포기하게 된다.

이런 일상을 거치다 보면, 심플, 미니멀리즘, 젠, 우아함 다 포기하고 "그냥 살자" 모드로 다시 돌아서게 된다.


멋진 가을날, 우아한 주말의 현실

사실 오늘도, 기분좋게 이발을 하고, 너무나 맑은 가을하늘 아래서, 아이들과 젊음의 거리이자 많은 추억이 있는 "신촌"으로 나들이를 갔었고, 맛있는 "수제버거"를 저녁거리로 사와서 집에서 먹었다. 정신없던 추석연휴를 보내고 나서 처음 맞이하는 주말 모습으로 참 아름다울 수 있다.

하지만, 킥보드를 서로 차지하려는 첫째와 둘째의 싸움, 낮잠을 자지못해 계속 짜증을 내고, 버스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둘째, 자존감이 커지면서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에 하나하나 참견하는 첫째, 그 모습을 참지 못해서 계속 화를 내는 나. 이 모든게 우아한 주말 모습의 현실이다. 저질스러운 체력으로 잠깐의 나들이에 지치고, 나들이 나서는 길에 버스에서의 소란이 기억나 택시를 타고 가자는 제안을 거절하는 와이프가 못내 섭섭해서 삐지기 까지 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햄버거 (사실 아이들이 먹기 편한 음식이 절대 아니다) 먹는 과정에서도 아빠 (즉, 나)는 계속 짜증을 내고 있다. 

우아한 삶은 무슨......


하지만, 교훈을 굳이 찾는다면......

생각해 보면 이런 과정에서 난 "표면적 우아함"에 집착하여 "본질적 우아함"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은,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일들로 부터 시작되고 조금씩 바뀌어 나가야 하는 것인데, 어디서 갑자기 "오글"거리는 문체로 무장한 이상한 "인간"들의 주는 문화적 충격 때문에 "표면"에 집착했었나 보다.

사실 나는 좋은 아빠도, 좋은 남편도 아니다 (내 스스로 설정한 최소한의 기준도 항상 어긴다). 우아하게 살고자 한다면, 좋은 아빠와 남편이 되는 것에서 시작이 되어야 할 텐데...... 잘 알면서도 그걸 잘 하질 못한다. 그런데 잘 하고 싶다. 맨날 이렇게 후회하고 반성하면서 또 후회할 짓을 하고 산다.

그래서, 정신없는 지금의 삶의 모습이 한동안 유지되겠지만, 또 우아한 삶의 "본질"을 찾기 위해서 한참동안 고민을 할 것 같다. 사소한 하고싶은 일들을 찾는 것 부터 가슴 두근거릴 만한 일들 까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냥 행복한 가족의 삶을 꾸리기 위해서. 적당한 타협과 내려놓음이 그 결과가 될 수도 있고, 이상한 한량들이 늘어놓는 "우아한" 삶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다른 우아한 삶이 될 수도 있겠다 (사실 내 성향 상 적당한 타협과 내려놓음이 결론이 될 때 더 행복할 것 같긴 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하는 것들을 좀 단순화 시키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이렇게 쓸데없는 넋두리를 늘어놓고, "비 생산적"일 수 있는 생각들에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심플하게 산다"와 "두 남자의 미니멀 라이프"라는 책들이 지금 현재의 나에게 주는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하나 더 장점을 추가하자면, "심플하게 산다"라는 책을 읽고 옷장을 정리했고, 엄청난 분량의 옷을 버렸었다. 그리고 아침 출근할 때 옷 차려입는 일이 "심플"해 졌다. 이건 정말 좋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