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상인동, 육회 맛집, 생고기 마실
지난 추석, 조카 둘, 우리 아이 둘, 4명의 어린이가 뛰어 다니는 집에서 어른들의 대화가 불가능하니 남자들끼리 나가서 술한잔 하고 오라는 어머니의 의견으로, 추석 전날 아버지, 형, 나 이렇게 3명이서만 저녁을 나가 먹은 적이 있다. 그때 아버지께서 동네에 괜찮은 집이 하나 생겼다고 같이 갔었던 식당이 '생고기마실'이다.
육회가 아니라, 뭉티기 (대구식 육사시미)를 먹으러 갔었는데, 명절 전이라 고기를 미리 들여놓지 않아 뭉티기 준비가 안된다고 하여 육회를 먹었다 (그날 그날 좋은 재료를 한다는 반증이 될 수 있을지도).
깨끗한 실내, 정갈한 반찬, 친절한 주인 아주머니 (아버지를 대하는 모습이 동네 단골들을 잘 챙겨줄 것 같았다)를 볼 때 못해도 중간은 할 수 있는 식당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음식맛도 맛집이라 불러도 괜찮을 수준이었다. 식당에서 먹어본 것 중에서 가장 심심하게 간을 해서 고기 자체의 맛을 잘 살린 육회를 먹다보니, 좋은 재료로 제대로 맛을 낼 줄 아는 식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연말 고향집에 가는 길에 가족들을 데리고 다시한번 방문했다. 뭉티기가 탐이 났지만 아이들과 마누라님 입맛을 고려해서 다시 육회를 주문. 주문하면서 주인 아주머니께 추석 때 아버지 따라 한번 와 봤다가 맛있어서 다시 식구들 데리고 왔다며 괜히 친한척을 했더니 더 정겹게 반겨 주신다. 얼굴도 모를테고 겨우 두번째 온건데도. 그리고 나서, 음식을 내어오실 때 아이들이 있어서 제일 좋은 고기로 육회를 버무려 왔다고 한마디 거들어 주신다.
맛은 여전하다. 아이들과 먹기에 더 좋다. 과한 양념으로 고기맛이 아닌 양념맛으로 먹는 그런 육회가 아니라, 마늘, 참기름, 미나리, 참깨 정도의 간단한 양념과 소금간 (맛소금인것 같아 조금 아쉬웠지만) 정도로만 버무려 고기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육회다. (약간 맛이 심심하다는 사람도 있을 법 하다)
단촐하게 나오는 반찬도 간이 세지 않고, 집에서 한끼 먹으려고 금방 만들어낸 맛이다. (여기가 경북, 대구라는 점을 고려하면 양념, 간이 무척 약하다). 싱싱한 천엽, 간도 함께 곁들이기 좋고, 아이들 밥먹을때 함께 하려고 주문한 된장찌개도 별미였다.
자주 가지는 못하겠지만, 고향집에 들를 때 마다 한번씩 생각이 날 것 같다.
잘 될것 같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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