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목표 중 하나인 '가족과의 여행'을 위해 문경을 다녀왔다. 애시당초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고, 추운 겨울이라 문경새재의 관문들을 다 둘러보는 건 어렵다고 생각해, 느즈막히 출발해, 1관문 정도만 가볍게 둘러보고, 근처 맛집에서 저녁을 먹은 뒤, 스타벅스 문경새재점에 가서 스탬프를 찍고 돌아오는, 당일치기 여행 코스를 생각하고 집을 나섰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서울보다는 남쪽이고, 오후 2~3시 정도여서 충분히 걸어다닐 만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보단 훨씬 더 추웠다. 한시간 남짓 문경새재 1관문까지의 잘 꾸며진 산책길을 돌아보고 나니 머리가 멍 해질 지경이었다.
오후 4시 반 정도 된 시간에, 이른 저녁을 먹으며 몸을 녹일 생각에, 미리 찾아둔 '새재할매집'이라는 식당으로 향했다.
소위 말하는 '맛집'이라는 정보를 블로그 검색 등을 통해 찾는게 쉽지 않아진 요즘이라 (광고성 블로그 포스팅이 너무 많다보니) 검색 방식을 조금 바꿔봤다. 블루리본의 식당 선정을 믿어볼 생각에 '문경 블루리본'으로 검색하며 이 식당을 찾아냈다. (작년 연말 어떤 분들께 점심을 얻어먹은 적이 있는데, 그 회사의 대표님이 블루리본 책을 한권 사서, 잘 모르는 동네에서 손님 대접할 만한 식당을 찾을 때 종종 활용하신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다)
약돌 돼지고기 석쇠구이가 주 메뉴라고 하고, 정식으로 해서 한끼 식사에 돼지고기 석쇠구이를 곁들어 먹을 수 있는 메뉴를 1만3천원, 비슷한 구성에 더덕구이를 1만 2천원 정도 가격에 팔고 있다.
주 메뉴인 돼지고기 석쇠구이. 고추장 구이로 나온다.
첫 입에는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내 쉽게 질릴 듯 양념이 자극적이다. 달고, 짜다. 불에 직접 구운 맛과 얇게 자른 돼지고기 비계 부분의 쫀득한 식감은 참 좋지만, 양념이 좀 세다. 요리 자체가 메인이 되기는 어렵고, 맛있는 반찬이 되어야 할 메뉴다.
그리고, 더욱 아쉬웠던 건 (마누라님의 지적이기도 하다), 고기가 갓 구워져서 뜨겁게 나오는 느낌이 아니라, 미리 구워둔 고기를 데워서 나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 속까지 뜨겁지 않고, 먹는 동안 금방 식어버린다. 그러다 보니 비계 이외의 부분에서 식감이나 맛이 많이 아쉽다.
돼지고기만 먹기 아쉬워 따로 하나 추가한 더덕구이 정식의 메인 요리.
이것도 아쉽다. 적당히 맵고 짜고 단, 전형적인 한식 구이요리의 양념 (맛있는 양념이긴 하지만 이 또한 자극적이다). 하지만, 구이라기 보다는 무침에 가까운 식감. 잘 두들겨 불에 바싹 구운 더덕의 질긴 듯한 식감 없이 물렁거리고, 불에 잘 구워냈다면, 약간 탄듯한 느낌의 바싹 구워진 양념의 고소한 불맛을 느낄 만한 부분이 없다. 더더욱 아쉬웠던 건, 더덕의 향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더덕 요리는 향이 그 맛의 절반 아니던가.
밑반찬들과 된장찌게는 맛깔스럽고 정갈하게 나왔다. 하지만, 맛있는 밑반찬과 된장찌게를 먹기 위해 석쇠구이 돼지고기 정식, 더덕구이 정식을 주문한게 아니었으니, 아쉬운 생각이 자꾸 남는다.
유명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고, 과거에 대통령의 맛집이기도 했다고 한다. 밑반찬과 된장찌게, 소박하지만 깨끗한 식당 실내 등을 봐서는 기본은 할 것 같은 집인데, 메인 요리였던 돼지고기 석쇠구이와 더덕구이 두가지가 너무나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웠던 곳.
그냥 배불리 한끼 먹고 나왔던 식당이다. 다음에 문경새재를 다시 찾아 사람들로 북적일 때 들리면 또 다른 맛을 주려나 모르겠지만, 일단 블루리본에 실망한 방문이 되어버렸다.
(맛없다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맛있긴 하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몇가지 단점들이 보여 내 입맛에, 그리고 마누라님 입맛에 맛집이라고 부르기 아쉽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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