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Season 1 종료/ㄴ 요리와맛집

돼지고기 간장 수육 (동파육이 먹고싶어서......)

Joey 2015. 2. 2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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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2~3년차 무렵으로 기억한다. 

회식을 끝내고 기분 좋게 취해 집으로 가면, 완벽히 하루를 마무리했다고 뿌듯해 할 수 있는 타이밍에, 항상 술한잔 더 권하는 동료가 있다. 그날도 딱 그런 분위기였다. 조직개편 등 약간 어수선했던 상황이라, 완벽한 하루 마무리를 하지 못하더라도, 처음 같이 일하게 된 선후배들과 술 한잔 더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세번째 술자리에 따라 나섰다.

이차, 삼차라고 불리는 술자리는, 몇몇 사람들 끼리 생맥주 한 잔, 또는 포장마차 분위기의 술집에서 소주 한 잔 더 하는게 보통의 모습이겠지만, 굳이 택시까지 타고서 자기가 잘 아는 중국집으로 가야겠다는 선배가 있다. 신촌 어디 쯤 있는 조그만 중국집 (지금은 없어졌다). 중국집 이라고 하기보다는 작은 중식당이라고 하는게 좀 더 어울릴 만한 곳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그때는 음식에 대한 식견이 그리 넓지 않았다) 음식 이름들이 가득한 메뉴판과 짜장면에 짬뽕을 시키기에는 어울리지 분위기 (상당히 어두웠던 것으로 기억난다)에 한참을 어색해 했다. 

보통 탕수육을 즐겨 먹고, 기분좋은 날 깐풍기라는 별미를 시켜먹는 정도의 입맛이라 이날 처음 시켜먹었던 유린기와 동파육 이라는 요리는 정말 맛있었다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군대 말년 시절, 부대 옥상에서 동기들과 몰래 마시던 고량주 (이과두주) 말고는 중국술의 맛을 몰랐었는데, 동파육과 같이 곁들였던 죽엽청주, 공부가주의 향도 좋은 기억으로 같이 남아있다.


얼마전, 최근 즐겨 보는 '오므라이스 잼잼'이라는 만화에서 동파육을 주제로 다뤘었다.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er/21158

오므라이스 잼잼 이라는 만화가, 음식을 눈과 글, 그리고 마음으로 즐길 수 있게 묘사하는 탁월한 재주를 보여주다 보니, 다시 동파육이라는 요리를 기억속에서 끄집어 내게 되었다. 맛과 향 자체는 희미해 졌지만, 돼지고기의 지방질 부분이 쫀득하지만 매우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식감은 머리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보쌈, 족발의 지방 부분과는 또 다른 식감이다).

한번 만들어볼까 했지만, 적당한 레시피 (집에서 시도해 볼만한)를 찾기가 어려워, 인터넷의 몇몇 레시피를 마음대로 조합해서 요리해 봤고, 아들녀석의 '엄지손가락 척'을 받아 낼 만큼 맛있는 한끼 식사 거리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아래 기억을 더듬어 레시피를 남겨두지만, 다시 그 맛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얼마 전 다시 한번 시도해 보았는데, 그냥 짠 돼지고기 수육이 되어 버려 무척 실망스러웠다)


야매 동파육 (돼지고기 간장 수육) 레시피.

재료: 통 오겹살 (통 삼겹살 말고...... 오겹살 껍질 부분의 식감이 요리의 절반이다. 무조건 오겹살), 대파, 통마늘, 통후추, 청주 (청하로 대신했었다) 1병, 간장 (마법의 간장이 필요하다.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마늘쫑 장아찌를 담궜던 한 1년 묶은 달인 간장을 썼었다. 다음번 만들어 먹을 때 진간장을 넣었는데, 너무 짜게 되어버린 원인이 아닐까 싶다), 설탕

(두번째 요리할 때, 굴소스를 한큰술 넣었는데, 굳이 필요없는 재료가 아니었을까 싶다. 간장, 설탕 만으로도 감칠맛 내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두번째 요리는 실패였다)


요리 순서

1. 통오겹살을 30분 ~1시간 정도 찬물에 담궈 피를 빼고 한번 행궈준다.

2. 적당한 크기의 냄비에 통오겹살을 넣고, 준비해 둔 청주와 물을 1:1~1:2 정도의 대략적인 비율로 통오겹살이 끝까지 잠길 만큼 부어준다.

3. 대파, 통마늘, 통후추 (그리고 적당히 잘 어울리는 향신료와 돼지고기 잡내를 잡아줄 만한 몇가지 재료를 취향에 따라) 같이 넣어준다. (동파육에는 팔각 이라는 향신료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서 이걸 구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4. 센불로 끓이기 시작해서 물이 끓기 시작하면 중불~약불 정도로 불을 낮춰 주고 1시간 정도 맘 편히 끓여낸다.

5. 물이 반 정도로 줄어들면, 돼지고기를 잠깐 건져두고서, 물 속의 대파, 거품, 마늘 등 불순물을 모두 걸러낸다.

6. 불순물들을 다 걸러낸 돼지고기 삶던 물에 다시 고기를 넣고, 설탕 2~3큰술도 삶던 물에 더해준다.

7. 물과 간장을 1:1 또는 1:2정도로 희석하여 돼지고기 삶던 물에 다시 돼지고기가 잠길 만큼 부어준다.

8. 다시 1시간 정도 푹 끓여낸다. (중간중간에 돼지고기 위치를 두어번 뒤집어 준다)



9. 고기 색깔이 검게 잘 베어나고, 국물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면 고기를 들어낸 뒤에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접시에 담아낸다.




간 자체가 쎈 편이라, 쌈장 등 별도의 소스를 곁들일 필요는 없다. 밥반찬으로 또는 맥주한잔 곁들여 먹기에 좋다. 처음 만들었을 때는 정말 성공적인 레시피를 하나 찾아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두번째는 그냥 짠 돼지고기 수육으로 실패한 요리를 만들어 냈던 바, 그 차이를 생각해 봤다. 첫번째는 간장. 어머니가 마늘쫑 장아찌를 담그며 여러번 달여낸, 장아찌와 함께 묶으며 염도도 적당히 줄어든 간장과 그냥 진간장의 차이가 적지 않을 듯 하다. 두번째는 통오겹살과 통삼겹살. 같은 돼지고기지만, 껍질부분의 콜라겐이 주는 식감, 삶는 과정에서 녹아든 지방이 주는 질감의 차이도 상당히 클 것 같다.

한번 맛있게 만들어 먹은 뒤에 두번째 시도에서 크게 실패했던 요리라서 쉽게 다시 만들어 먹을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냥 잊어버리기에는 성공했을 때 그 맛이 너무 좋았다. 한번 더 시도해 볼 때는 잘 기록해 두고 성공했던 때의 레시피를 기억해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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