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교직에 근무하셨었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 오셨고 당장의 의식주를 고민하시던 세대였음과 동시에 경제 성장과 함께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의 성장, 개인적인 부와 소득의 증가, 그리고 높은 물가 상승을 아주 압축적이고 짧은 시간동안 동시에 겪어오신 세대였으며, 교직이라는 정년이 보장되며 노후가 어느정도는 보장되는 (연금 이라는 훌륭한 제도의 혜택을 보시는 세대이며, 그러기에 자식으로 부모님을 모시는 부담이 덜어지는 혜택을 보고 있기도 하다) 직장을 다니신 부모님 이신지라 “이직”을 한다는 것 자체를 “부정적”이라기 보다는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 보셨다.
물론 나도 불안했다. 그 당시의 내 상황이 불안했고, 이직을 하기위에 알아보는 과정이 불안했으며,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는 과정들도 불안했다. 이직 후의 생활이 어떨 것인지에 대해서도 불안했다. 아무리 직업에 대한 유동성이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자신의 능력과 경력, 필요에 따라 직장을 옮기는 일이 비교적 흔해진 요즘일 지라도, 한번 해 보니까 이직이란게 정말 힘든 일이고 신중해야 할 일이더라.
결과적으로, 그런 불안한 과정을 거쳐 “경력직 이직”이라는 절차에 성공했고, 비교적 만족스러운 이직 후 회사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동일한 직장에서 약 10년 정도의 경험을 쌓고, 경력직으로서 이직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 그 절차와 상대방이 나를 뽑아 주는 과정이 힘들기도 하지만, 내 스스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앞으로의 커리어를 쌓아갈 것인지, 그런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장소와 동료들이 있는지, 그리고 그런 새로운 직장과 동료들이 나에게 바라고 있는 역량을 내가 과연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들이 더욱 힘들었다.
어떤 면에서는 충분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 내 job에서 가장 기본적인 communication 수단인 영어 실력이 턱없이 부족한 내가 지금 직장, 지금의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고마운 상황인 것 같다. 회사와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요즘 영어공부를 한답시고 아둥 바둥 거리고 있는데, 이게 나이먹고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준다) 이정도 생각으로 0.5년을 보낸 것이만 나름 성공적인 이직이 아닐까 싶다.
사실, 10년 가까이 한 직장을 다녔지만, 5년차 정도 부터는 경력직으로서의 이직을 고민해 왔던 것 같다. 그 이유가 뭐가 되었던, 그리고 몇번의 이직 시도가 어떠하였든지 간에 최종적으로 이직을 하는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그동안 정말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지금 되돌아 보기에, 경력직으로서 이직을 할 때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 정리해 본다 (비자발적 실업의 상황이 아닌 경우의 이직을 전제로. 물론 나는 비자발적 실업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상황 하에서 이직했던 것 같다)
1. 충동적이지 말것. 신중할 것. 지금 상황이 죽도록 괴로워서 옮긴다? 조금 지나면 다른 상황이 올수도 있다. 이럴 때 충동적이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2. 자신있음과 동시에 겸손할 것. 나같은 경우는 “회계법인”이라는 서비스 제공 조직에서 “중견 제조업체”로 완전히 다른 조직과 직무로 이직을 했다. 업무 자체에 대한 기본적 지식과 전문성은 자신이 있지만, 내가 지원한 회사의 업종을 모르고, 산업을 모르고, 그 회사의 시스템과 사람들을 모른다. 반대로 당신이 경력직을 선발하는 회사의 팀장, 임원이라고 생각해 보고 지원자인 당신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지 생각해 보라. 회사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바라는 모습이 있을 것이다.
3. 자기 자신에 대해 최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설명자료와 요약 자료를 만들어 볼 것. 장단점. 업무경력. 이직을 고민한 이유. 두루뭉술 할 수 있다. 간결하게 자기자신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음은 많은 고민을 했다는 증거이자,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는 증거도 된다. 질문에 대해 사실을 근거로 상세하게 자신을 설명 할 수 있음은, 자신에 대한 소개가 사실임을 말해 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준비를 하다 보면,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정말 생각하고 있는 이직의 방향성이 자신과 맞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 많은 정리가 된다.
4. 지원한 회사와 지원한 업무영역에 대해 최대한 명확히 파악하라. 경력직이지 않는가. 신입사원이면 용서가 된다. 경력직을 뽑는 것인 이유가 있다.
5. 주변 친구나 선후배들을 보면, 한번 옮기는게 어렵지, 두세번 직장을 옮기다 보면 이직이 좀 더 쉬워진다고 한다. 계속 그럴 것이 아니라면, 오랬동안 명확하게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고민하라.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을 하고 있는 선후배들을 만나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모습과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이 일치하는지, 최소한 비슷하기라도 한지 확인하라. 인터넷이 아니라 실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6. 이직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어보라. 누구를 통해 소개를 받고 이직을 한 것인지,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과 커뮤니케이션들이 있었는지 물어보라. 막연함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미리 겪은 사람들의 경험만큼 도움되는 건 없는 것 같다.
7. 미리, 잘 준비하라. 필요한 역량, 준비과정 모두. 그리고 지금 있는 곳에서 자신이 중요하고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언제든지 고민하며 생활하라. 평판 조회를 중요시 하는 곳이 참 많은 것 같다. 내가 남을 평가해 달라는 전화를 받아보기도 했지만, 나 자신도 이직과정에서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많이 평가를 받았었다.
뒤늦게 생각해 보면 후회되는 점도 많고 다행히 잘 풀렸던 점들도 많다. 앞으로 이런 고민을 더 할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의 과정이있던 만큼 고민들을 기록해 두고 싶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이렇게 글로 정리하여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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