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티오비보
몇달 간, 예상치 못했던 일상의 스트레스 때문에 가족들에게 미안한 시간을 보내왔던 것 같다. 이제 7살이된 아들에게 언제나 좋은 아빠가 되고 싶지만 그게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이던가. 그래도, 집 밖에서 아들과 잠시라도 시간을 보내고, 둘째 육아에 지친 마누라님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어, 아들 녀석에게 가고싶은 곳을 물어봤더니 "티오비보"라는 곳을 가고 싶다고 한다. 실내 놀이터를 딱히 선호하지 않는지라 다른 대안을 찾아보고 싶었지만, 날씨도 춥고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어서 지난 주말 아들과 둘이서 찾아가 보았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한때는 신도림 인근에 랜드마크 역할을 했을 대형 상가였겠지만, 인근에 디큐브씨티가 들어서고 해서인지 지금의 모습은 우울해 보일 뿐이었다. 건물 규모에 비해 오가는 사람들도 많지 않고, 조명은 어두침침한 느낌에 층마다 임대인을 찾고 있는 빈 상가들도 눈에 뛴다. 불경기 때문일까. 경기가 좋아지면 여기도 다시 북적거리는 모습을 되찾게 될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티오비보"를 찾아갔다.
5층, 6층이 모두 어린이들을 위한 실내 놀이시설이 차지하고 있다. 티오비보도 한쪽 구석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주말에 한두번씩 방문해 본 코코몽키즈랜드 등 다른 실내놀이터에 비해 손님이 적다. 사람이 많지 않은건 맘에 든다. 아이 13,000원, 어른 5,000원의 입장료도 어린이 놀이터 중에서는 평균 수준. 일단 입장.
다른 실내 놀이터와는 좀 다른 느낌이다. 몸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놀이시설, 그리고 어린이용 만화 캐릭터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레고, 토마스와 같은 기차 레일, 블럭 장난감, 소꿉놀이용 장난감 들이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신나게 뛰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찾는 아이들에게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공간이겠지만, 앉아서 이것 저것 만들고 장난감 가지고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한쪽 구석에는 플래이스테이션과 다른 게임기들도 몇대 놓여져 있고, 실내 놀이터를 찾기에는 약간 나이가 많아 보이는 녀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2. 레고
1980년대 초반(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한 친구집에서 처음 "레고"라는 장난감을 만져 봤다. 그 때 만져본 레고는 요즘 레고처럼 컨셉을 가지고 정형화된 집, 비행기 또는 자동차 등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큰 플라스틱 상자에 다양한 크기의 레고 블럭들이 들어있고, 그 블럭들을 이용해 다양한 집과 자동차 등을 만들 수 있는 설명서 책 한권이 같이 포함된 스타일의 레고 세트 였다. 요즘은 "레고 벌크"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 같다.
재미있겠다. 우리 집에도 레고가 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에 부러워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럭스블럭(아이를 키우면서 알아봤더니 상당히 고가의 장난감이었던)을 포함하여 집에 놀거리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어릴 때나 지금이나 레고는 남자아이들에게는 하나의 로망과 같은게 아닐까.
그래서인지, 아들녀석이 손으로 무언가 가지고 놀기 시작할 때 가장 기분좋게 사주었던 장난감이 레고 였던 것 같다. 아들 보다는 아빠가 좋아서 사는 장난감이 아니냐는 핑계를 듣기도 했다. 레고 시티 시리즈의 공사장비와 자동차들 몇개를 사 들였고 재밌게 만들어서 가지고 놀았었지만, 몇년이 지난 지금은 자동차들은 다 분해되었고, 원래 자신의 자리가 아닌 아들녀석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장소에 끼워져 있다.
사실, 레고가 원래 그런 것 아니던가. 이것 저것 만들어보고 부셔보면서 혼자서 상상속의 세상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장난감. 티오비보에 레고 코너가 마음에 들었다. 몇몇 아이들이 덤벼들어도 거의 무한정으로 가지고 놀 수 있는 블럭들이 가득하다.
더이상 장난감을 들여 놓기에는 집이 너무 좁고 복잡한게 아쉽다. 그리고 너무 비싸기도 하다. 하지만, 때(?)가 되면 한쪽 구석에 레고로 작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보고 싶다. 아이들이 아닌 중년 아저씨의 로망이 될 지도 모르겠다.
얼추 집 모양이 갖춰졌다. 현관을 들어서면, 식탁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큰 TV와 안락한 쇼파가 있는 거실이 있다. 안쪽에는 방이 두개 자리잡고 있고, 거실 옆으로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집 옆의 마당에는 차도 한대 주차되어 있었는데, 아들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어떤 꼬마녀석이 와서 냉큼 가져가 버렸다. 도난 방지장치를 해 뒀어야 하는데...... 경찰이라도 불러야 되나......
이건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인 거실. 나중에 여유가 생겨서 마당이 있는 단독 2층집을 가지게 되면 이런 모습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 복층 구조로 천장이 높은 2층집. 아. 거실에 TV는 없애버려야 겠다. 서재를 만들어야지. 앉아서 여유롭게 책을 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곳으로.
저렇게 집을 꾸며놓고 다른 곳에 가서 한참을 놀고 왔더니, 아들과 만든 집은 철거되어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었다.
왠지 아쉬웠다.
레고가 원래 그런거지......
별 생각없이 아들녀석과 시간을 보내보기 위해 찾아간 티오비보.
아들 덕분에, 그리고 레고 덕분에, 아빠가 더 신나게 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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