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두족장 투자병법 이라는 약간은 우스운, 그리고 가벼워 보이는 제목의 책이 있다. 주식투자와 관련된 책이며, 한 개인투자자의 경험과 깨달음을 담은 책인데다가, 책의 제목과 디자인이 약간 야매스러워 가벼운 책으로 오해받기 딱 좋은 책이다. 하지만 책의 깊이와 무게를 생각한다면, 이런식으로 밖에 마케팅을 하지 못한 출판사의 무능함을 탓해도 될 것 같다.
거창하게 책에 대한 소개를 해 봤다.
‘가치투자’라고 흔히들 말하는 투자 방식을 따르고자 하는 개개인에게 있어, 투자와 관련된 심리 그리고 자세(태도? 마음가짐?)에 대해 이 책만큼 명쾌하고 잘 와닿게 써 놓은 책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면 워렌 버핏이나 피터린치 처럼 연 20~30%의 지속적인 수익율로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투자의 방법론(기업에 대한 분석과 가치평가 등)에 대해서는 각자 나름의 방식과 수많은 이론적 설명이 넘치고 넘치니, 이 작은 책에서 구구절절히 설명하기는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 주식투자를, 특히 가치투자를 한다고 나서 본 사람은 그런 평가 방법론과 기업을 분석하는 방법론도 중요하지만, 투자자의 심리가 투자 성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심리적 실패에 따른 경험을 구체화시키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돌아볼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게, 개인 투자자로서 성장의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수년동안 가치투자라는 주식투자 방식에 집착하면서 경험하고 배운 실패담과 성공담을 나름의 방식으로 독자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저술되었다. 그런데, 그 경험의 깊이가 얕은 수준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정말 탁월한 투자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제목처럼 저자의 문체도 약간 우스꽝 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저자 개인의 성향일 뿐, 책을 읽고 배우는데 도움이 되면 되었지,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나만의 독후감일지는 몰라도 주식투자, 가치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일독을 권한다. 자신이 가치투자자가 아니라, 가치투자를 흉내내고 거기서 자기만족을 하는 투기꾼이 아닌지 진심으로 돌아볼 기회를 준다.
인상깊은 구절들과 개인적인 생각들
- 투자자의 자세와 관련한 글들.
24page 현명한 투자자라면 반드시 이길 수 있을 때,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자금으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인내와 절제, 뚝심이 필요하다.
52page 투자자의 펀더멘털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반드시 경험이 수반돼야 한다.
가치투자라는 주식투자 방법은 책을 많이 보고, 기업의 재무제표 분석에 통달하고, 산업에 대해 잘 안다고 해서 성공하는 건 아니다. 운 좋게 처음 가치투자를 적용한다고 뛰어든 시점에 좋은 성과와 자신감을 얻을 수는 있지만, 이게 지속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경험이 더해진다고 해서 점점 쉬워지는 것도 아니다. 계속 기업을 찾고 바라보면서 기다릴 수 있는 노력과 자세가 정말 많이 필요한 어려운 일이 가치투자인 것 같다. 그래도 다른 투자 방식보다는 노력 대비 성과라는 측면에서 분명히 덜 위험한 것 같다. 심리적인 준비와 지식, 경험을 모두 갖출 수 있다면, 위험을 크게 줄이고, 수익율은 비교적 높은 정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일 듯 하다.
- 투자, 가치투자, 안전마진의 정의에 대한 글들.
74page 투자 행위란 철저한 분석을 통해 원금의 안정성을 기하고 만족할 만한 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행위는 결국 투기라는 말이다.
정말 유명한 벤자민 그레이엄의 정의이다. 이 말을 읽고 감동 받은 사람들 중 나같은 사람은 자기가 가치투자를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기간을 어느 정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76page 자신이 투기를 하고 있지 않다면 장기 수익률로 검증이 돼야 한다. 왜냐하면 그레이엄의 정의에 따르면 올바른 투자는 장기적으로 돈을 잃으려야 잃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가치투자를 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수익률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투자를 가장한 투기를 일삼아 왔다는 증거일 수 밖에 없다.
위 벤자민 그레이엄의 투자에 대한 정의 이후, 몇번의 투자 경험이 이어지면 자기 반성을 한다. 내가 정말 투자를 하고 있는게 맞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또는 자기 위안을 한다. 단기간에는 시장에 질 수도 있고, 기다림은 투자자의 미덕이라고...... 이 책에서는 이런 자기 위안 행위를 독하게 비난해 주신다. 그런데 정말 옳은 말이다.
81page 10년 보유할 종목은 처음부터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분석과 모니터링을 통해 가려내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10년 보유하는 종목이 생겨나는 거다.
워렌 버핏이 말했다. 10년 보유할 종목이 아니면 1초도 보유 안한다고. 그리고 피터 린치도 말한다. 잠깐 참지 못해서 10루타의 기회를 날려 버렸다고. 이런 말들이 정말 가치투자자, 개인 초보 가치투자자들에게는 마약과 같은 말이 된다. 그런데 10년 보유의 허와 실을 이 책의 저자는 위 처럼 명확하게 해설해 준다. 개인적으로는 이 말 한마디만 깊이있게 이해하고 투자에서 구체적인 실천으로 옮길 수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많은 걸 건진거라고 생각된다.
159 page 아무리 성장에 확신이 있다 해도 성장을 못할 가능성마저 고려해 리스크를 산정하는 게 바로 안전마진의 의미라는 거다. 성장을 고려해 10만 원짜리 주식을 7만 원에 사는 게 안전마진이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성장을 못해도 잃지 않을 수준이 아니라면 이미 안전마진은 포기한 거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한번 만난적 있는 김진환 회계사(책도 한권 쓰셨고, DCFIP를 운영하시면서 나름의 가치투자 영역을 개척하고 계신 분임)분이 DCF를 통한 기업 가치 평가방식에서 위 문구에 가장 가까운 접근 방법으로 안전마진의 의미를 해석하고 실제에 적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어떤 평가방법을 적용하여 기업의 가격과 가치에 대한 비교를 하더라고, 안전마진을 적용할 때, 위 방식을 따른다면 투자에 따른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303 page 특히 우량주, 성장주, 자산주, 턴어라운드 주 등 막연한 분류로 좌판을 벌이는 건 투자 기회라는 미명하에 다트를 던질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늘려 보자는 얄팍한 껄떡쇠 근성에 지나지 않는다. 우량주, 성장주, 자산주, 턴어라운드주 등으로 시장에 회자되고 있다면 그 분류의 가치를 이미 상실한 거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자산주란 아직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숨겨진 자산이 있어야 그 의미를 갖는다. 이른바 성장주 역시 최소한 성장주라는 꼬리표가 붙기 전에 남보다 한발 앞서 선점하고 기다려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턴어라운드주도 분류가 될 정도라면 턴어라운드가 완료되고 있어 가격에 반영이 됐거나 턴어라운드에 실패해 방치투기를 하는 주주들만 득시글거린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거다.
309 page 좋은 기업이 제값 이상에 팔리고 있다면 아무 짓도 하지 말아야 한다. 좋은 기업의 값이 아무리 급락한 듯 보여도 자신의 투자자 펀더멘털을 고려한 충분한 안전마진이 생기기 전 까지는 아무 짓도 하지 말아야 한다.
310 page 안전마진이 마련되기까지 기간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기간이 아니라 안전마진의 여부이기 때문이다. 안전마진을 줄여서라도 투자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좋은 기업 그리고 사업의 전망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가치투자에서 첫번째 이겠지만, 첫번째 만큼 중요한 것이 이런 기업과 전망에 대한 분석이 숫자로 연결되어 구체화될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버핏의 연차보고서인가 주주매뉴얼인가를 보면 기업의 가치평가 결과는 하나의 수치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심지어는 멍거의 계산결과와 자신의 계산결과가 다를 수도 있다면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이 가치평가와 숫자에 대한 결론을 내릴 필요 없이 좋은 기업이면 사서 기다려라라고 곡해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되는 것 같다. 재무제표 상의 숫자는 기업이 자신을 표현하는 언어이고, 정확하게 하나의 수치로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몸값, 가치도 결국은 숫자로 이야기한다. 그런 숫자에 거부감을 느끼고 투자는 숫자놀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가치’투자를 하는 것일까? 숫자에 집착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이 투자하기 위한 대상 기업에 대한 가치를 자신 나름의 합리적인 방법으로 산출하여 구체화시키고 거기서 구체적인 안전마진을 설정하고 투자의사결정에 참고하는 자세가 분명히 가치투자자에게는 필요하다. 그런데 난, 그런 자세를 잘 잊는다.
- 심리적 측면에서 가치투자자가 조심해야 할 것들.
96 시세에 휘둘리기 쉬운 인간의 습성상 사고 나서 분석하는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덥석 주식을 먼저 사고 나서 주가가 오르면 방치를 하고 주가가 떨어지면 그제야 이런저런 자료를 수집하거나 남의 말에 의지해 매수를 정당화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내가 잘 이런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감도 대충 잘 맞는다. 그래서 돈을 잘 못번다. ㅋ. 얼핏 좋아보이는 기업을 쉽게 사는 경향이 분명히 내게는 있다. 얼핏 좋아 보이는 기업을 가격이 적당해 보인다고 사는 것이 투자일까? 투기일까?
169 가치투자라는 대원칙을 지키되 고집편향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는 거다. 그만큼 투자자에게도 융통성과 임기응변 능력이 요구된다. 원칙을 고무줄 취급해서도 안 되지만 상식적인 융통성마저 거부하는 건 그야말로 짱구 짓이다.
융통성. 고집불통. 원칙 고수. 3가지 단어를 잘 생각해 보면 여러 가치투자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갑론을박의 10%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융통성과 원칙 사이의 선을 넘는 것이 아직 겁이 난다. 그래서 기업의 가치평가에 대한 결과와 안전마진에 대한 구체화된 산출물(이것 둘다 기업의 펀더멘털이 변할 때 마다 업데이트 되어야 한다. 이런 작업이 지속되어야 하기에 가치투자는 개인이 하기에 무척 어려운 일일 수 있다)이 더더욱 중요한 것 같다.
217 원금 손실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워렌버핏이 그토록 강조하는 자신의 능력범위로 투자대상을 압추하거나 그 능력범위를 늘려 나가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며, 세번째로 살펴볼 후견지명의 오류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221 후견지명 편향이 쌓이면 결국 장은 예측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돼 그간 가치투자 공부로 쌓아 올린 공든 탑을 무너뜨릴 위험마저 있다는 거다.
293 가치투자자가 가증 극복하기 어려운 게 바로 가치를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다. 확실히 안다고 우길 수 있는 수준도 아니고 막연히 안다고 여기는 경우가 더 무섭다.
개인적으로는 293page의 이 말을 한번 더 곱씹어 볼려고 이 책을 첨부터 끝까지 다시 읽었다(지금 독후감을 올리지만, 책은 거의 출간시점에 구입해서 읽었었다). 이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있는 내용 중에 가장 중요한 말이 아닐까 싶다.
- 기업분석, 투자의 방법론에 대해서.
264 투자 대가나 이른바 고수들의 이론 및 원칙을 그대로 따라 하지 말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의 이론이나 원칙, 포트폴리오를 커닝하면 그때만큼은 문제를 맞힐 가능성이 높아질지 모르지만 문제도 달라지고 커닝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정답 가능성은 다시 20%로 떨어진다.
300 이익+지속성+성장성이라는 세 가지 변수만 막연하지 않다면 좋은 기업의 정의는 분명해진다.
300 어차피 투자라는 것이 지속적으로 이익이 성장하는 좋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가치주와 성장주라는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거다. 즉, 성장은 이미 당연한 투자의 한 필수적인 고려대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301 좋은 기업에 있어 성장성이라는 변수는 그 성장을 이루기 위해 투여된 추가 자본을 초과하는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니 무조건 수치상으로 이익이 올라간다고 해서 좋은 기업의 범주에 드는 건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301 결국 투자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는 기업의 조건은 셋으로 늘어난다. 첫째, 돈을 벌지 못한다. 둘째, 돈을 벌더라도 지속성이 없다. 셋째, 돈을 지속적으로 벌더라도 늘어나지 않는다.
저자는 좋은 기업에 대해서 참 시원하게 그리고, 명확하고 쉽게 정의한다. 그런데 이를 현실에 적용하자면 쉬운 일이 아니라는게 문제이긴 하다. 이런 좋은 기업을 안전마진이 보장되는 원하는 가격에 살 기회가 반드시 돌아온다는데 동의 할 수 있는가? 난 아직 그게 쉽지가 않다. 정말 좋아보이는 기업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면, 조마조마 한다. 그리고 그런 기업이 시장과 함께(마치 2008년 하반기처럼) 폭락한다면, 바겐 세일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과감히 매입할 수 있는가? 난 아직 겁이나서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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