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책장에 꽂혀있던 데이비드 드레먼의 '역발상 투자'를 다시 읽어 보았다.
예전에 이 책을 읽을 때에는,
효율적 시장가설을 통렬히 비판하는 그의 입장에 동의하면서도, 가치투자 방식을 포함한 어떠한 투자기법도 시장을 초과한 수익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에는 고개를 갸웃거렸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수년간 미국의 주식시장에서 검증해 본 결과 저PER, PBR, PCR, PDR 등 대표 multiple 지표를 통한 역발상 투자 방식만이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전략이라는 주장을 보면서, 그러한 결론을 도출해 낸 드레먼의 집요한 시장 분석에 놀라고, 지나치게 강한 주장에 거부감을 느꼈으며, 한국시장에서도 이러한 투자 방식이 먹힐 수 있을까 라는 생각 했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좀더 드레먼의 주장에 나 자신이 가까워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간단히, 읽은 소감을 요약해 보자면,
0. 효율적 시장 가설, 학계에서 오랜 기간 논쟁거리가 되어온 주제. 시장을 이긴다는 개념, 수많은 직업 펀드매니저 들의 성과평가 지표가 되는 주제. 이 두가지를 어느정도 개념화 하고 책을 봐야 더 재밌다.
1. 시장을 초과하여 장기간 수익율을 기록한 많은 가치투자자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확률적으로 매우 희귀한 outlier에 해당한다. 내가 지금처럼 직장과 가족을 우선시하는 생활을 계속하면서, 그런 outlier가 되긴 힘들지 않을까? 워렌 버핏, 존 템플턴 등 가치투자의 Guru를 드레먼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되기가 힘들고(실제로 수많은 펀드들의 운영성과를 집요하게 추적하고 분석해서 시장 초과수익을 대부분의 펀드가 올리지 못함을 검증해 낸다), 도전에 있어서 수많인 불확실성이 존재하니까 굳이 도전하지말고, 자신이 연구해 낸 역발상투자 전략을 쓰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워렌 버핏, 피터린치 등 이런 외국의 투자 guru들도 대단하지만, 시장을 꾸준히 이겨나가고 있는 한국의 몇몇 개인 투자자분들은 정말, 더욱더 대단한 것 같다.
난 노력없이 그런 성과를 달성하고 싶었나 보다.
2. 재무적인 지식과 산업에 대한 지식으로 중무장을 하더라도 시장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시장에 이기지 못하는 이유로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심리적인 문제다. 그 다음은 기업의 재무적인 측면을 예측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런 낮은 확률의 예측과 실제 결과의 차이에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두번째 문제다.
3. 역발상투자 전략을 미국시장에서 실제 검증해 본 결과 장기간 시장을 이겨왔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가격/가치의 비율이라는 주식의 이론적인 성격을 우선 충족해 주고, 일정 수준 기계적인 운용방식으로 심리적 편향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렇게 세가지 정도가 내가 이 책에서 읽어낸 핵심적인 내용이다.
그리고, 드레먼의 역발상 투자, 특히 저 PER주의 투자성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때 종종 논쟁거리가 되는, Ken Fisher의 저PER는 투자에 있어서 효과가 없다는 주장을 한번 생각해 봤다.
사실, 네이버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는 가치투자 카페인 가치투자연구소나 몇몇 블로그 등에서도 이 주제를 가지고 댓글로 이야기를 주고받은 글들을 본 적이 있는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좀 포인트가 다른 두가지 논제를 서로 반대되는 주장으로 보고 토론이 이루어진게 아닌가 싶었다.
우선 켄 피셔가 이야기하는 PER와 수익율 간의 관계는 시장의 PER다. 시장의 PER 단독으로는 미래 수익율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하며, 채권수익율과의 비교를 통하여 그 yield gap의 수준에 따라 미래 수익율을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즉 주식 내부에서 종목을 선택하기 이전 단계에서, 투자 대상을 크게 채권과 주식으로 구분하고, 이 둘에 대한 자산배분을 하는 단계에서 시장의 PER를 보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데이비드 드레먼의 PER는 개별 종목의 PER에 해당한다. 가령, 100개의 종목이 있고, 이러한 종목들을 저PER에서 고PER로 순위를 매긴 뒤에, 하위 20%에서 상위 20%까지 5개의 집단으로 분류했을 때, 하위 20%, 즉 저 PER에 해당하는 종목들의 평균 수익율이 고PER 또는 전체 평균 집단에 앞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저PER와 그에 따른 수익율 분포를 정의하는 집단 자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데이비드 드레먼의 역발상 투자에서는 저PER가 시장을 이기는 수단이 된다고 이야기하는데, 켄 피셔는 저PER는 수익율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해 주지 못한다고 했으니까 데이비드 드레먼의 주장은 틀린게 아닐까요? 또는 이사람도 맞고 저사람도 맞는게 아닐까요.... 라고 논의하는 것은 약간의 오해에 따른게 아닐까 생각된다.
투자에서의 의사결정 단계가 자산배분(현금비중 또는 채권:주식 투자비중 조정), 그리고 개별 종목선택이라고 한다면, 켄피셔가 이야기하는 저PER 등에 대한 관점은 자산배분 단계에서 고민할 주제이고, 드레먼이 이야기하는 저PER는 개별 종목선택 단계에서 고민할 주제. 이렇게 내 맘대로 결론을 내려본다.
참고로, 한국에서 저PER 또는 저PBR 주식에 대한 투자성과를 검증한 내용을 보고 싶다면 아래 블로그 link에 첨부된 노근환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를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데이비드 드레먼의 역발상 투자 전략은 몇년간은 시장 초과 수익율을 창출해 왔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내용을 접할 수 있다.
http://blog.naver.com/darksun1998/50138100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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