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Season 1 종료/ㄴ 하루 하루의 일들과 생각들

토요타 라브4 (Rav4) 구입기, 500km 운행기

Joey 2016. 12. 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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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아방이 (아반떼HD)를 떠나 보내기로 했다. 

남편만의 결심이다. 10년이나 탔으니 새차를 살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점점 커 가다보니 뒷좌석이 좁을 거라고 생각했다. 둘째가 운전석 뒤에 주로 앉는데, 등받이를 발로 마구 차는 바람에 운전이 불편할 때가 많았다. 마누라님께 승인을 요청해 봤다. 거절 당했다. 연식은 오래되었지만, 사실 6만km도 타지 않았기 때문에 2~3년은 충분히 더 탈 수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도 인터넷으로, 또는 자동차 매장에서 살펴본 정보들과 한두번 시승해 본 몇몇 차들에 대한 욕심을 이기기가 어렵다. 

줄기차게 승인을 요청하고 요청하고 요청했다. 후보군 차량 10여개 종류를 두고, 선택의 중요한 포인트들을 비교한 채점표도 만들어 가면서 한번 골라 보라고 하기도 했다. 연비, 가격,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 운전 편의성 (아반떼만 평생 몰다보면 중형차 이상 크기의 차량을 몰 수 없는 장애가 생긴다) 등. 현대, 기아차 여부도 채점표에 들어갔다 (가족의 안전, 심리적 평화를 위해). 올해 39. 나이 40이 되면 이른바 '불혹'이 될 것이고, 이 세상 그 무엇에도 미혹되지 않을 것이므로, 올해 차를 바꾸지 않으면 아반떼 HD를 환갑까지 탈 거라는 협박, 또는 개드립을 날리기도 했다.

철없이 구는 남편이 안쓰러웠는지, '바꿀거라면 난 Rav4 (토요타 라브4)가 맘에 들어'라고 쉬크하게 한마디 남겨 주신다. 물들어 올 때 노 저으라는 명언이 있다. 당장 매장으로 달려가 차를 구경하고 주말에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시승도 예약했다. 그리고 그날 계약했다. 제일 싼 2WD, 2륜으로 계약했다. 국내 차들과는 달리 옵션표도 간단하고, 추가 옵션의 선택 여지도 없으면서, 실용적인 옵션들은 다 들어가 있기에 큰 고민이 필요 없었다. 험지를 다닐 것도 아니기에 그나마 싼걸로 했다. 우리 형편에 왠...... 하지만, 20년 넘게 탈거라는 다짐을 하면서, 질렀다.


Rav4 1차 견적 내기.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고, 최근에 차량을 구매했다는 분들과 쪽지를 주고 받으며 프로모션 수준을 가늠해 봤다. 태어나서 두번째 차를 사 보는 것이고 '차알못'이라, 이런 정보 주고받는 거라도 없었다면 완전한 호구가 되었으리라. 

약간씩의 차이는 있었지만, 적당한 선의 할인과 딜러 3종 (블랙박스, 선탠, 하이패스), 경우에 따라서는 락폴딩 (시동을 끄면 백미러가 자동으로 접히는 기능)과 유리막 코팅을 추가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겟차 라는 어플을 돌려서 견적 요청을 해 봤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것 보다 상당히 더 큰 할인폭을 제시하는 딜러가 있어 통화도 해 봤다. 색깔이 한가지만 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블랙이었고, 나와 마누라님 모두 싫어하는 색이다). 하지만 할인폭이 커서 일단 상담을 하는 것으로 해 두었다 (실제 상담을 하지 않았지만, 나중의 구매과정을 돌이켜 볼 때, 딜러 3종세트 등 서비스에서 차이를 좀 두지 않았을까 싶다)

겟차에서 제시한 할인금액을 마음에 담아두고, 집 근처 토요타 매장을 방문했다. 

젊은 딜러가 저녁먹던 중에 나와서 차량 설명과 상담을 해 준다. 싹싹하고, 친절하고, 적극적이다. (국산차 매장의 딜러들, 특히 직영매장 딜러들은 수입차의 서비스를 배워야 한다. 어떻게 돈을 버는 구조인지는 모르겠지만, 친절함 등에 있어 너무 차이가 크다. 국산차와 가격 차가 크지 않고, 프로모션이나 옵션여부 등을 감안할 때, 국산차 보다 더 쌀수도 있는 일본차를 직접 경쟁 상대로 둔다고 상상해보라. 사실 일본산이라는 심리적 부담감, 거부감만 덜어낸다면, 길게는 국산차 브랜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매장 방문이라는, 차량 구매과정에서 소비자의 가장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국산차는 경쟁력이 많이 약하다)

어짜피 차량 선택은 거의 되어있는 상황이라, 바로 견적과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넷 쪽지 등을 통해 알아본 정도의 할인과 표준이 되어있는 서비스를 이야기한다. 잘 알겠다고 하고, 주말에 와이프와 함께 시승을 하겠다는 예약을 했다. 그리고 겟차에서 알아봤던 견적에서의 할인 수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봤다. 딜러 마진이 안남는 수준이라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한다. 일단 알겠다고 하고, 주말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시승, 최종 견적

주말, 가족들과 매장을 다시 찾았다. 와이프와 번갈아가며 운전을 하며 시승을 했다. 생각보다 차가 크다. 아반떼HD만 10년 몰면 모닝을 제외한 모든 차가 크게 느껴지는 장애가 생긴다. 하지만 시야도 넓고, 신경쓰이는 복잡한 기능도 없다보니 운전 자체는 편안하다. Rav4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넓은 뒷자리 공간에 가족들도 만족하는 눈치다.

승차감은 부드러운 느낌은 아니다. 그렇다고 딱딱하지도 않다. 아반떼 보다는 약간 딱딱하다. 뒷자리는 10살 아들의 표현으로 넓고 등받이 각도 조절되는게 좋지만, 과속방지턱을 넘는다거나 하는 상황에서 아반떼 보다 더 딱딱하다고 한다. 운전석에서의 느낌은 좋았다. 운전 자체가 훨씬 안정적인 느낌이다. 유턴을 하거나 커브를 틀 때도 쏠림이 거의 없다. 형이 모는 산타페에서 느낀 롤링 현상 (차량이 기우뚱거리는 느낌)도 거의 없다. 짧은 시승이지만 만족스러웠다.

시승 후 견적 이야기를 시작했다. 딜러가 처음 이야기한 수준보다 상당히 높은 금액의 프로모션을 제시한다. 겟차에서 알아본 수준에 거의 근접한 금액이다. 협상할 마음이 사라졌다. 내가 원하던 수준보다 조금 더 높게 이야기를 했기에. (사실 겟차로 더 좋은 할인금액을 알아보긴 했었지만,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유없이 할인폭이 큰게 아닐까 걱정이 되어서, 가급적이면 매장에서 직접 이야기하고 구매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세부적인 조건 조율에 들어간다. 락폴딩이 필요없어 제외했고, 사고 시 신차교환 보험가입도 안하는 것으로, 그리고 현금결재 또는 은행할부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건 합의를 봤다. 카드 결재 시 캐쉬백을 받을 수도 있지만, 딜러사 입장에서 카드 수수료가 크기 떄문에 할인폭을 줄인다고 한다. 약간 아쉽긴 하지만 괜찮은 조건으로 생각된다.

기존에 타던 아반떼 HD 중고 판매조건도 알아봐 줬고, 괜찮은 조건을 제시해 줬다. 믿고 맡겨서 판매했다.

아쉬움이 없는건 아니지만, 편안하게 좋은 조건으로 잘 계약을 한 것 같다.


Rav4 500KM 운행기

계약 후 2~3주 기다려 차를 인수했다. 기분이 좋다. 내가 살면서 사본 것 중 가장 비싼 것 아닌가. 곱게 아끼고 품어줘야겠다.

이후 500km 정도를 주행한 후기다.

승차감, 핸들링 모두 안정적이다. 브레이크 성능도 마음에 든다. 차량이 바뀐지라 약간의 적응기간은 필요했지만, 금방 편안하게 느껴지는 성능들이다. 엑셀을 밟을때 과하게 툭 튀어나가거나, 브레이크 초반 답력이 너무 강했던 아반떼와는 다르게 운전 자체가 안정적인 느낌이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쏠림은 아반떼HD와 비교하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 고속 안정감도 좋다. 비교대상이 아반떼hd인게 문제이긴 하지만 140km 정도 까지는 아무런 스트레스가 없이 편안한 운전이 가능했다.

노멀 모드, 에코 모드, 파워 모드 모두 시험해 봤다. 노멀모드는 말 그대로 노멀하다. 밟으면 밟는대로 편안하게 나간다. 에코모드는 좀 많이 답답한 느낌. RPM을 2000이하로 계속 유지하도록 설정된 것 같다. 신호 변경 초기 뒷차한테 좀 미안한 느낌이 들 정도. 파워모드는, 역시 말 그대로 파워풀하다. 무섭게 치고 나간다. 엔진 소리도 약간 그르릉 거리는 느낌이다. 안써야겠다. 위험할 것 같다.

후방카메라, 에어백, BSM, 전후방측방 경보, 타이어 공기압 경보 등 운행 편의, 안전과 관련된 기능을 모두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 운전석 전동 조절 메모리시트, 가죽시트, 풀오토 에어콘 등 편의 기능도 별도 옵션이 아니라 차를 살 때 고민거리가 줄어들어 좋다. 경사로 밀림 방지 기능도 좋다.

하긴, 10년된 아반떼hd를 타다가 다른 새차를 타면 뭔들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연비도 생각보다 잘 나온듯 하다. 고속도로 포함 평균 시속 70~80km로 150km 정도 주행 후 평균 연비가 13~14km/l는 쉽게 나왔던 것 같다. (아래 사진은 첫 나들이 때 연비 창)



단점도 좀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초반에 시동을 걸고 P에서 기어를 변경할 때, 쿵, 덜컹 하는 충격이 있었다. 뽑기에 실패한 게 아닌가 걱정됬지만, 좀 몰고나니 없어진 현상이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초반 발을 대었을 떄, 약간 달그락 거리며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있다. 1,000km 점검 때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 (1,000km 점검이라는 서비스가 정말 좋은 것 같다. 출고 전 충분한 운행 테스트가 불가능한 점을 고려했을 떄, 출고 초기에 차량 문제를 점검하고 잡아준다는데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 차들도 이런 서비스를 도입하면 좋겠다)

소음. 아반떼hd 보다야 훨씬 조용하지만, 고속 주행시 소음이 크다. 풍절음도 약간 있지만, 아스팔트 포장 고속도로나 낡은 도로를 달릴 떄 바닦에서의 소음이 상당히 크다. 중, 저속, 잘 포장된 도로에서는 조용하고 좋다.

히터, 에어콘. 많이 시끄럽다. 오토모드로 켜 두고 운행 초반이 바람이 좀 세게 나올때 와이프가 자꾸 바람 세기를 낮춘다. 시끄럽다고.

자잘한 편의사항. 새차를 살 때 꼭 가지고 싶던 기능이 열선 핸들과 뒷좌석 열선, 뒷좌석 에어벤트 였는데, 다 없다. 아쉽다. 그리고 차량의 각종 조작 버튼들에 조명이 없어서,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창문, 백미러 등 조작 버튼을 찾아다니는게 좀 불편하다.

일본산. 심리적, 정서적 불편함은 어쩔 수 없나보다. 피하려고 했지만, 어쩌다보니 토요타 라는 브랜드를 선택하게 되었다.


좋은차, 신뢰도 높은 브랜드

기본에 충실한 차라고 생각된다. 세계 1위 판매는 사실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 그리고 차량 내구성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서 오랫동안 운행할 계획을 가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안해 지는 점도 크다. 서비스는 경험해 봐야겠지만, 무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서비스 센터가 가깝다)

동급의 국산 차량과 비교했을 때, 가격도 사실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딱 실용적인 선에서만 옵션을 갖추고 있어 정확한 비교는 어렵겠지만, 스포티지 또는 투싼에 동일한 옵션을 갖춘다고 생각하고, 프로모션과 딜러 할인을 반영한 Rav4의 가격과 비교한다면, 약간의 무리만 하면 되는 수준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정도 무리는 내구성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현대, 기아차 문제

아반떼HD는 10년동안 정말 잘 탔다. 뽑기운이 좋았던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에 베터리 관련된 수리를 한번 했던 것 (주차할 때 파워핸들 기능이 꺼져서 정말 놀랐었다. 강변북로 달려왔던 터라 강변북로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어땠을까 하는 걱정에 많이 무서웠다. 사실, 이 사건이 차를 바꾸게 된 큰 계기였다), 플랙시블 커플링 무상교체 (리콜을 했어야 맞는 것 아닌가 싶다) 말고는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차를 몰았었다.

하지만, 최근에 엔진 결함과 관련된 일련의 뉴스 보도, 미국에서의 리콜 조치와 다른 한국에서의 대응, 문제를 공개하지 않고 속으로만 품고있는 비합리적 대응 등을 보면서, 여러가지 장점 (가성비, 적당한 수준의 성능, 관리의 편의성 등)에도 불구하고 쉽게 현대, 기아차를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성능에서의 기본기, 내구성 등에 대해서도 정말 많은 발전이 있었겠지만, 이미 앞서있던 다른 브랜드들도 그 동안 놀고 있었던게 아니기에 근본적인 차이는 분명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이고,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정말 큰 회사다. 그리고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성장해 글로벌 기업이 되어있다. 

거기에 걸맞는 표준을 가진 회사가 되어주면 좋겠다. 다음차는 편안하게 국산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나라 자동차 생태계에서 이름을 걸고 나서서 현대차, 기아치의 문제를 지적해 주시는 박병일 명장님과, 내부고발자로 나선 분이 참 고맙다. 많은 고초를 겪고 계시겠지만, 사회의 변화에 꼭 필요한 분이라고 생각된다. 

밥벌어 먹고 사는 비루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계실, 현대차, 기아차의 홍보, 리콜, 결함 대응하는 직원분들께는 위로를 드리고 싶다. 발견된 결함에 대한 제대로된 홍보와 리콜을 진행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숨기는 행위가 나중에 어떤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지는 누구보다도 그 분들이 잘 알고 계시리라. 나도 월급받고 생활하는 회사원이라, 그리고 가장이라서 비난을 하진 못하겠다.

그 분들이 편안하게 일하실 수 있게 조직, 회사 자체가 바뀌는 계기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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