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Season 1 종료/ㄴ 요리와맛집

마포 굴다리식당 (김치찌개 맛집)

Joey 2015. 2. 2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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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즐겨보는 수요미식회에서 이미 알고 있던 식당이 나왔다.

김치찌개 맛집으로 마포 굴다리식당이 소개되었다. 10년 전, 이 식당이 그 이름처럼 정말 굴다리 밑에 있을 때, 근처 회사에서 근무하던 형이 토요일 '아점' (브런치라는 단어가 사용되지 않던 시절의 이야기다)을 하자며 날 끌고 갔던 기억이 있는 식당이다. 회사 주변에서 나름 유명한 식당이라고 했다.

그 정도 기억만 남아있다.

딱히 맛있었다는 기억도 없었고, 허름하지만 유명하다는 식당이라는 정도. 사실 개인적으로 김치찌개라는 요리를 딱히 좋아하지 않다보니, 크게 기억에 남아있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다.

TV 프로그램에서 맛집이라 소개하는 곳이 집 가까이 있고, 가격도 착하다면 한번 들려 그 맛을 보는 것이 나름의 "예의"가 아닐까 하여, 토요일 저녁에 식구들을 데리고 '굴다리 식당'을 찾아갔다.

주변 직장인들이 주 고객인 식당이라, 토요일 저녁에 붐빌 이유가 없는 곳이고, 허름한 '함바집'의 포스를 풍기는 곳이라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는 적절치 못할 것이라 생각됐지만, TV의 힘은 위대했다.

6시부터 주문을 받는다는데, 5시 40분에 이미 모든 자리가 가득 찼으며, 줄까지 서는 풍경이 벌어졌다. 토요일 저녁에...... 주변 오피스 빌딩에 불켜진 곳을 찾기 힘든 그 토요일 저녁에.

더 재밌던 건, 조그만 디카를 들고 찾아온 젊은 연인들이 손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그날 저녁, 원래의 식당 분위기에 어울릴 만한 손님은 가장 구석 자리에서 소주 각 1병씩을 후딱 비우고 자리를 뜬 아저씨 3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놀라운 힘을 소유한 TV님이 소개해 준, 소위 '맛집' 이라는 식당에서, 우리 가족도 그 유명하다는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을 주문했다.



​계란말이는 기본 반찬으로 나오니 밥한끼 먹으러 들린 것이라면 계란말이를 따로 주문하는 실수를 하지 말자.

푸짐하고 맛있다. 그리고 적당히 자극 적이다. 김치찌개나 제육볶음 모두, 고기가 너무 퍽퍽하고 딱딱한 느낌을 주는 것이 아쉬웠지만, 맛있다고 할 만하다. 제육볶음은 닭도리탕 양념으로 볶아낸 듯한 느낌이다. 단 맛이 강하다.

방금 지어낸 따뜻한 흰 쌀밥과 함께 먹기에 좋은 맛들이다.

딱 그만큼이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의 그런 맛집은 아니다. 김치찌개를 파는 함바집이 원래 그런 곳이니 무언가 대단한 것을 기대할 곳은 아니라는 말이다. 아주머니들도 친절함과 불친절함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며 바쁘게 손님들을 상대하고 있어 잘 대접받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서비스 그 자체로는 딱 적당하다.

회사에서 한참 바쁜 오전시간을 보내고 한끼 점심식사를 하기 좋은 익숙한 식당, 전날 회식 또는 접대 뒤에 약간의 신맛과 얼큰한 맛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해장이 필요할 때 찾기 좋은 식당, 먹는 순간 '맛있다'는 탄식이 나오지는 않지만 자주 생각나는 식당. 그런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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