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으로 여름 휴가를 다녀오는 길에 군산에 들렸다.
2016년 8월 초는 엄청난 무더위 때문에 여행 다니기 쉽지 않은 때 였음을 기억해 둬야할 것 같다. 이쁜 사진을 찍을 포인트가 많아 보이는, 묘한 매력이 있는 도시 군산을 식당 (한일관) 한 곳, 빵집 한 곳 (이성당)만 들리고 돌아온게 아쉬움에 남는다.
(우리나라 도시의 구 시가지라는 낡은 2~3층 건물들과 좁은 도로, 구불구불한 골목, 사람과 차와 물건이 뒤엉킨 혼란스러움이 일반적인 이미지가 아니던가. 군산은 반듯 하다. 직각의 좁은 도로와 블럭으로 구 시가지가 만들어져 있다. 다시 와 볼 일이다)
군산 이성당.
전국적으로 유명한 빵집이라고 한다. 더워도 전국구 빵집은 한번 들려줘야 하는 마누라님의 열정 덕분에 이성당의 빵을 맛볼 기회가 생겼다.
엄청 더운 날이었다. 그리고, 휴가철이긴 하지만 평일 (목요일) 오후였다. 그런데, 이성당이 얼마나 유명세를 타는 집인가 하면, 우선 마누라님이 빵집으로 가서 줄을 섰고, 나는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셀프 주유소로 가서 "만땅" 기름을 채운 뒤, 자동세차를 한번 하였는데도, 마누라님은 아직 빵을 고르는 곳까지도 이르지 못할 정도였다. "불법주정차"를 한 상태에서, 더군다나 날씨가 더워 에어콘을 끌 엄두가 나지 않아 엔진 공회전을 시키며 환경오염을 한참 시킨 후에야 카드 결재를 했다는 문자가 온다. 한 30분은 걸리지 않았을까. 그깟 빵 하나 사는데.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쳐서, 전국구 빵집이라고 하는 이성당의 팥빵, 크림빵, 치즈가 들어간 빵, 멜론빵, 야채빵 등 유명한 빵들을 먹어볼 수 있었다.
결론만 짧게 말하자면, "30분 줄 설만 하다".
개인적으로는 바게트, 호밀빵, 치아바타, 좀 맛을 낸다면 크로와상 정도의 심심한 빵을 좋아한다. 가볍게 쨈이나 치즈를 곁들여 먹는 정도. 달달하게 맛을 낸 한국적 정서의 빵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성당 빵은 다르다. 맛있다. 또 먹고 싶다.
동네에서 단팥빵을 사면, 빵 표면을 반짝반짝하게 만들지 않던가. 이성당 팥빵은 그런게 없다. 단정하게 생기긴 했는데, 예쁘진 않은 모양새다. 반질거리는게 없으니 얼핏 푸석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먹어본 팥빵 중에 최고였던 것 같다. 다른 빵들도 맛있다. 맛의 밸런스와 식감이 완벽하다 (지극히 개인적 취향이긴 하지만......)
여행 다녀온 뒤에 마누라님과 이야기했다. 이 정도면 그냥 빵만 사러 군산에 한번 다녀올 만 하지 않냐고. 혹시 택배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먹고 싶은 것 하나 먹으러 몇시간 운전해서 다녀오는게 어찌보면 낭만적일 수도 있으니 나중에 빵 핑계대고 군산 여행 한번 더 다녀와야 겠다 (이왕이면 맑고 선선한 날 가서, 여기 저기 구경도 좀 하고 와야지. 여름에, 무더위에 갈 곳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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