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Season 1 종료/ㄴ 독서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크리스텔 프티콜랭

Joey 2016. 6. 8.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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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텔 프티콜랭,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누군가에게는 "힐링"이, 누군가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될 심리학 서적.



표지는 마치, 일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골치아픈 생각이 많아진 상황에서 머리를 비우기 위한 방법을 제시해 주는 책처럼 보인다. 또는, "심플하게 신다", "미니멀리스트" 같이 단순한 삶을 주제로 다룬 책 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인상과는 달리,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라는 제목은 책의 판매량을 늘이기 위한 눈속임이라고 생각된다. 일상 속에서 골치아픈 일들을 잊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선천적으로 생각이 많은 뇌구조를 타고난 사람들 이야기다. 주변의 다양한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래서 산만할 수도 있고), 인간관계에서의 작은 신호들을 쉽게 넘기지 못해 대인관계에 미숙함을 보이는 특정 '인종'들의 심리 치료를 위한 책이다.

특정 인종이라고 말은 했지만, 이러한 성향의 사람이 전체 인구에서 20~30%라고 한다. 책을 읽다보니 나도 이러한 특정 인종에 속한다는 걸 깨달았다. 책의 초반 30~40페이지 정도만 가볍게 읽어보면 자신이 생각이 너무 많은 인종에 속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내가 겪었던 상황을 예로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화력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다. 열린 사무실 창문의 바람소리가 유난히 신경쓰여 창쪽을 바라봤다. 창밖을 보니 시야가 유난히 좋지 않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 탓인 듯 하다. 미세먼지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그리고 지금 보고 있는 화력발전 프로젝트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역방향으로 작용을 하는 일이다.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일을 업무로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상당히 짜증난다. 동시에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내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건강문제를 많이 겪게 될 듯 하여 걱정된다. 업무와 별개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솔루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태양광 프로젝트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화제가 된 스모그 프리 타워 등, 공기 질 개선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를 업무로서 검토할 수 있다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경제성이 어떻게 될까. 지금 보고있는 석탄화력 발전 프로젝트와 비교해서 높은 경제성을 보여준다면, 사내 프로젝트로 추진할 수 있을까. 서울시의 박원순 시장이라면 이러한 친 환경적 프로젝트들이, 실험적 성격이 강하더라도, 어느정도 예산을 배분해서 추진하도록 하지 않을까. 기업으로서는 예산 보조, 시민들의 크라우드 펀딩으로 투자비를 조달하고, 스모그프리 타워의 유지보수 용역을 수익원으로, 비록 높은 수익성을 달성하긴 어렵겠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서의 이미지와 적당한 수준의 투자수익을 동시에 기록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계속 떠오른다.

업무로서 보고있는 프로젝트의 사업타당성 평가를 위한 엑셀 모델을 검토하면서, 이런 생각들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지독하게 산만한 모습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이런 산만함이 어릴때 부터의 일상 이었고, 이렇게 산만한 생각 속에서도 일하는 속도는 전체 업무흐름에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이 책 초반에는 이런 내가 겪었던, 흔히 겪는 상황과 유사한 사례들이 몇개 나온다. 그런 사례들을 보며 동질감을 느낀다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그런 인종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큰 "힐링"을 제공한다. 흔히들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겪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일부는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해결책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가, 나 스스로의 자존감 회복과 대인관계 개선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으로 와 닿았다.

살면서 느껴왔던 억울했던 감정, 때로는 자신을 억눌러야했던 상황들, 유난히 상대하기 어려운 성향의 사람들, 낮아진 자존감. 하나하나 되짚어 가며, 어떻게 내 모습과 자존감을 찾아가야 할 지 해결책을 조금이나마 찾은 기분이다. 

여러번 읽어볼 책이다. 최소한 나한테는.


"생각이 많다는" 특정 "인종"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책값이 아까울 수도 있다. 제목만 보고 혹하지 말고, 서점에 들려서 30~40페이지 정도를 읽어보라. 가슴에 묵직한 감정덩어리가 하나 느껴진다면 사라. 그리고 차분히 끝까지 읽어보라. 치료된다.

아, 자신이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 책을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상황이 있겠다. 아주 가까운 누군가가 이런 인종일 수도 있다. 주변에 이해하기 어려운 독특한 감성의 사람들이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아들, 딸일수도 있고 형제일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그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알게 될 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인 크리스텔 프티콜랭이 쓴 책 중에서 국내 번역 출간된 것들이 몇권 더 있더라.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생존편

굿바이 심리 조정자

나는 왜 그에게 휘둘리는가

나도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좋다.

내 아이와 소통하기.


하나하나 챙겨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이만큼 와 닿았던 심리학 책이 없었고, 앞에 앉아서 상담해 주는 듯한 저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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