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Season 1 종료/ㄴ 독서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Joey 2015. 1. 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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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저자의 경력으로 인해 정치적인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책 이지만, 글쓰기라는 하나의 주제에서 (특히, 그 글쓰기가 연설문, 업무와 관련된 보고서 등 실용적 글쓰기의 영역에 해당한다면) 독자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수작이라고 생각된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두 분의 정부에서 연설 비서관을 거친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글쓰기라는 주제로 녹여낸 책이다. 글을 잘 쓰기위한 방법을 단순 명료하게 알려주면서, 무력이 아닌 글과 말로서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올라선 두 대통령을 모시면서 있었던 글쓰기, 말하기와 관련된 일화들, 두 전직 대통령의 생각과 노하우를 풀어놓다보니, 실용성과 재미라는 양쪽 면에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정치적 입장의 차이로 불편하게 받아들일 사람이라도 글쓰기라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면 정말 많은 것을 배우리라 믿는다)


읽는 내내 글쓰기 수업을 듣는 기분이라, 나중에라도 참고할 목적으로 내가 책에서 배운 것들을 아래에 발췌해 둔다.


글쓰기에서는 내용이 중요하다.


어떻게 쓰느냐, 다시 말해 어떻게 하면 멋있게, 있어보이게 쓸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것은 부질없는 욕심이다. 그러나 무엇을 쓰느냐에 대한 고민은 많을수록 좋다. 글의 중심은 내용이다.

글의 감동은 기교에서 나오지 않는다. 애초부터 글쟁이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쓰고 싶은 내용에 진심을 담아쓰면 된다. 맞춤법만 맞게 쓸 수 있거든 거침없이 써 내려가자. 우리는 시인도, 소설가도 아니지 않은가.

글쓰기에 있어 창조적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

창조적 아이디어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영감이나 직관과는 다르다. 죽을힘을 다해 몰입해야 나오는 것이 창조력이다. 열정과 고민의 산물이며, 뭔가를 개선하고 바꿔보려는 문제의식의 결과물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집중하고 몰입해야 한다. 절박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생각과 관련한 세번 원칙

무엇을 하려고 할 때 세 번 생각한다는 것이다. 첫째, 이 일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생각한다. 둘째, 나쁜 점은 무엇인지 생각한다. 셋째,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한다.
다음으로, 상대가 있는 경우다. 그때에도 세 번 정도 생각을 했다. 첫 번째는 이 사안에 대한 내 생각은 무엇인가? 두 번째,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무슨 생각, 어떤 입장일까? 세 번째, 이 두 가지 생각을 합하면 어떤 결론이 나올 수 있을까?

글을 쓸 때 횡설수설하지 않는 방법

몇 가지만 명심하면 횡설수설하지 않는다.
가급적 한 가지 주제만 다루자.
감동을 주려고 하지 말자. 하려고 해서 되는게 아니다. 힘을 빼고 담백해지자.
거창한 것, 창의적인 것을 써야 한다는 조바심을 버리자.
반드시 논리적일 필요도 없다. 진정성만 있으면 된다. 논리적인 얘기보다 흉금을 터놓고 하는 한마디가 때로는 더 심금을 울리기도 하니까.
횡설수설하는 두 번째 이유는 할 얘기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락가락하지 않으려면 세 가지가 명료해야 한다.
첫째는 주제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나는 이 글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가, 이 글을 읽은 사람의 머리속에 어떤 말 한마디를 남기고 싶은가.
둘째, 뼈대다. 글의 구조가 분명하게 서 있어야 한다.
셋째, 문장이다. 서술된 하나하나의 문장이 군더더기 없이 명료해야 한다.
느낀 그대로, 아는 만큼 쓰자. 최대한 담백하고 담담하게 서술해 나가자. 그러면 결코 횡설수설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 방식 중 한가지

백지에 명제들을 툭툭 던져놓고 명제와 명제 사이의 빈 공간을 채워 가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채워 가다보면 한 편의 글, 한 권의 책이 완성된다. 이 작업을 할 때는 우선 얘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경제, 정치, 사회 등으로 잘 분류해야 한다. 같은 분야의 내용끼리 묶는 범주화 과정이다. 그런 이후에 하나의 범주 안에서 큰 주제와 작은 주제로 줄을 세우는 서열화 작업을 하여 큰제목, 중간제목, 소제목을 만들어낸다.

간결함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

할 말이 별로 없으면 짧게 하는 것으로도 한몫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좀 더 간결하게 다듬어 보십시오.
가급적 줄일 수 있으면 더 줄여주기 바랍니다. 핵심이 없는 지루한 글은 짧은 것만 못합니다. 길이를 줄이는 데 망설일 일은 아닙니다.

짧은 글일수록 압축된 어휘와 간결한 문장으로 써야 힘이 생깁니다. 다시 한 번 다듬어 주시기 바랍니다.

간결함에 대하여

글을 쓸 때는 더 넣을 것이 없나를 고민하기 보다는 더 뺄것이 없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것이 좋은 글이다. 군살은 사람에게만 좋지 않은 게 아니다.

마무리에 대하여

가장 좋지 않은 마무리는 질질 끄는 것이다. 누구나 멋있게 끝내고 싶다. 그래서 욕심을 낸다. 하지만 마무리쯤 오면 독자나 청중은 지쳐 있다. 반대로 말하는 사람은 처음에 생각나지 않던 것이 끝낼 때가 되면 떠올라 할 말도 많아지고 아쉬움도 커진다. 그래서 끝낼 듯 끝낼 듯 하면서 끝내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사족이 된다.

글을 단순명쾌하게 쓰기 위한 방법

1. 글을 쓰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 전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 진다.
2. 본질을 꿰뚫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메시지를 단순하게 정리할 수 없다.
3. 과욕은 금물이다.
4. 독자를 믿어야 한다. 믿지 못하면 구구절절해진다.

말을 잘할 수 있는 방법

1. 방향이 맞아야 한다. 굳이 통찰이라고까지 할 것은 없다. 쓸모 있는 소리면 된다. 욕을 먹고 비판을 받더라도 옳은 소리를 용기 있게 말하는 게 중요하다.
2. 앞뒤가 맞아야 한다. 듣는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게 하는 수준이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3. 쿵짝이 맞아야 한다. 굳이 듣는 사람을 내 편으로까지 만들 필요는 없다. 그래도 혼자서 떠드는 말, 지루한 말은 곤란하다. 뭔가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 재미가 있어도 좋고, 정감이 있어도 좋고, 진심이 담겨도 좋다.
4. 언행이 맞아야 한다. 한 말은 지켜야 하고, 말과 행동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게 좋다. 포장을 많이 할수록 행동으로부터는 멀어진다.

토론과 협상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 의견

문제를 처리할 때는 반드시 토론을 열심히 해라. 토론의 목적은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의 오류를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교만하지 말아야 하지만, 강한 자존심을 가져야 한다.

협상할 때 상대방에게 내 카드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라 얘기들을 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포커페이스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상대방이 내 카드를 읽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내 생각을 읽고 서로 합치점을 찾아갈 수 있다.

대화와 관련한 김대중 대통령의 원칙

1. 상대를 진심으로 대한다.
2. 어떤 경우에도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3. 상대와 의견이 같을 때는 나도 같은 의견이라고 말해준다.
4. 대화가 끝났을 때는 ‘당신 덕분에 대화가 성공적이었다’고 말해 준다.
5. 되도록 상대 말을 많이 들어준다.
6. 할 말은 모아두었다가 대화 사이사이에 집어넣고, 꼭 해야 할 말은 빠뜨리지 않는다.

김대중 대통령이 생각하는 대화가 틀어지는 세 가지 경우

1. 상대방 의견을 무시하는 것
2. 자기 혼자 결론을 다 내버리는 것
3.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것

비판과 관련한 김대중 대통령의 두가지 원칙

나는 비판을 하면서 두 가지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하나는 먼저 상대방의 입장이나 장점을 인정해주는 비판, 그리고 두 번째는 상대방의 인격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하는 비판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이나 장점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상대방은 비판을 자기에 대한 비난으로 생각하고 수용해주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느는 비판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생과 글,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의 마지막 연설


김대중 대통령의 말. 무엇이 되느냐 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인생의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원칙을 가지고 가치 있게 살면 성공한 인생이고, 이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글에 비추어 보자면. 글을 잘 쓰려고 하기 보다는 자기만의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글을 잘 쓸 수는 없다. 하지만 자기만의 스타일과 콘텐츠로 쓰면 되고, 이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성공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왜 명연설이 없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게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마지막 공식 연설문의 일부다.

“여러분께 간곡히 피맺힌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독재정권이 과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까? 그분들의 죽음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을 다해야 합니다. 자유로운 나라가 되려면 양심을 지키십시오. 진정 평화롭고 정의롭게 사는 나라가 되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합니다. 방관하는 것도 악의 편입니다. 독재자에게 고개 숙이고, 아부하고, 벼슬하고, 이런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자유로운 민주주의, 정의로운 경제, 남북 간 화해 협력을 이룩하는 모든 조건은 우리의 마음에 있는 양심의 소리에 순종해서 표현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선거 때는 나쁜 정당 말고 좋은 정당에 투표해야 하고, 여론조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4700만 국민이 모두 양심을 갖고 서로 충고하고 비판하고 격려한다면 어떻게 이 땅에 독재가 다시 일어나고, 소수 사람들만 영화를 누리고, 다수 사람들이 힘든 이런 사회가 되겠습니까?"

<2009년 6.15 남북정상회담 9주년 기념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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